지난 9일 치러졌던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소 표차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끝났다. 새벽까지 당선자를 알 수 없었던 초박빙 접전은 많은 국민이 개표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했다. 사상 유례없는 초접전과 더불어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3D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선거결과의 예측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개표방송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진행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에서의 개표방송도 흥미로웠다. KBS, MBC, JTBC, TV조선 등 방송사는 '이프랜드(ifland)'에 가상 스튜디오를 마련해 실시간으로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공간과 콘텐츠는 방송사마다 달랐지만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개표방송은 대선 후보와 진행자를 비롯해 참여자가 아바타로 함께하며 인터뷰, 토론, 퀴즈, 수화 모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소통과 참여를 유도했다.
이번 대선에서의 메타버스의 활용은 개표방송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대선 경선 후보들은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낙연, 박용진, 이광재, 원희룡 등 당시 후보들은 '제페토(ZEPETO)'에 맵을 꾸미고 선거 캠프 출범식을 치르는 등 국민과의 만남을 가졌다. 안철수 당시 후보는 '게더타운(Gather Town)'에서 폴리버스 캠프를 열고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본 선거 직전 대선 후보들은 MBN이 주최한 '청년 공약' 메타버스 대담에 참여해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이렇듯 게임과 소셜미디어 형태가 주도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높아진 다양한 비대면 요구를 반영하며 전시, 콘서트, 회의, 협업,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많은 제약이 있지만 메타버스의 진화 방향은 '서드 라이프(Third Life)'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삶이 '퍼스트 라이프'이고 가상 세계의 허구적 삶이 '세컨드 라이프'라면 '서드 라이프'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는 삶을 의미한다. 즉 메타버스를 현실과 분리돼 현실을 초월하는 가상 세계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공간, 관계, 활동을 반영할 뿐 아니라 현실에서 불가능한 경험을 가능케 하고 이러한 경험이 현실에 영향을 주고 이어지는 현실과 융합된 가상 세계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에필리온코의 최고경영자(CEO)인 매튜 볼은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를 7개로 정의했다. 이는 ▲지속적일 것 ▲실시간 동기화가 이뤄질 것 ▲동시 참여 인원의 제한이 없고 모두에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줄 것 ▲모든 부문에서 실효적인 경제 체계를 갖출 것 ▲확장 가능한 경험일 것 ▲전례 없는 수준의 상호 운용이 가능할 것 ▲콘텐츠와 경험으로 채워질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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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의 메타버스의 활용은 상대적으로 레거시 미디어 이용이 적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정치에 관한 관심 제고와 새로운 선거 유세, 개표방송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회성의 이벤트 성격이 강하며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은 부족해 보인다. 위의 핵심 요소에 비춰볼 때 진정한 메타버스는 단기간에 구축하기 힘들지만 현실과 가상의 융합을 통해 정치 참여와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공간으로서 앞으로의 적극적인 활용을 기대한다. 핵심 요소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메타버스의 근간은 소통이며 정치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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