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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전문가 3人좌담회]"21세기 손꼽힐 '정부실패'…결국은 정치로 결자해지해야"

최종수정 2019.10.18 11:42 기사입력 2019.10.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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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쟁준비가 아닌 개시 준비
국민적 감정 불화로 악화 우려 돼
소·부·장 올인시 혁신성장 위축 우려
이익 첨예한 GSOMIA는 유지해야
국제 중재로 합의하고 보복 중단
日가는 이낙연 총리 출구 찾아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100여일을 맞아 전문가들이 15일 서울 중구 초동 아시아경제에서 만나 한일갈등의 지난 과정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완주 정치부장(사회),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혁신팀장,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유의상 한중문화협회 사무총장.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100여일을 맞아 전문가들이 15일 서울 중구 초동 아시아경제에서 만나 한일갈등의 지난 과정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완주 정치부장(사회),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혁신팀장,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유의상 한중문화협회 사무총장.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일본이 지난 7월4일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그러나 한일 양국 관계는 평행선을 그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가 '반일 프레임'과 '혐한 프레임'을 각각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태를 과도하게 악화시킨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역사 문제를 정치화함으로써 그 피해를 국민과 기업들에 전가했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물러서느냐를 두고 한일 정부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은 정치의 영역이다. 양자 간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전제로 국제중재로 나아갈 방안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거론되고 있다. 한일 관계 전문가 3인의 좌담회를 통해 평행선을 걷는 한일관계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진단해본다.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조치가 시행된 지 100여일이 지났다. 전문가 입장에서 총평하자면.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최)= 역사문제를 국내 정치 수단화했고,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행동 패턴을 보면 수출규제 이후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재정지출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정부가 친일ㆍ반일 프레임을 키우면서 경제 실정을 친일 문제로 돌리려고 한다. 그 결과로 경제는 물론 외교도 죽어가고 있다. 이번 100일을 통해 국정능력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본다. 이번 사태는 21세기의 대표적인 (외교정책에 대한) 정부 실패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협력팀장(이)= 기업들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피해를 받은 것은 아니다. 가령 일본이 규제한 폴리이미드의 경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패널 보호막으로 쓰인다.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에 쓰이는 것인데 인기가 있는 제품이지만 대량생산 체제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일본은 전쟁 준비를 마친 것이지, 전쟁을 개시한 게 아니다. 연내 일어날 수 있는 일본기업 국내자산 매각절차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가시적이고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유의상 한중문화협회 사무총장(유)=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기업현장에는 다른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제가 만나본 한 기업인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부품ㆍ소재ㆍ장비 스타트업, 강소ㆍ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확실히 늘었다'고 얘기하더라. 이번 정책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무엇을 해볼까 플랜을 짜는 기업인들이 많더라. 늘 일이 벌어져야만 움직이던 정부와 다소 안이했던 점도 있는 우리 기업들이 확실히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시아경제 한일문제 전문가 좌담회./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한일문제 전문가 좌담회./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국 정부의 대책은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이다. 그러나 이는 국제분업체제를 역행한다는 모순도 있어 보인다. 반면 선진국의 '산업무기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기업들은 단가 1원 차이로 글로벌시장에서 싸운다. 인건비 등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해외로 나가고 하는 게 기본 속성이다. 글로벌 교역구조, 분업구조가 그래서 형성돼왔고 우리가 그 이점을 누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보호무역주의가 활성화되는 것도 현실이다. 모두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 경영전반에 대해 기업가 혁신을 유도하고 제반 요소를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토지규제 완화, 기업제도의 개선 등 이런 사항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최= 현 정부의 자립도 높이기는 서플라이체인을 의도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설비투자,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으면서 장기적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초래하는 왜곡 현상의 비용이 이익을 능가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부품ㆍ소재ㆍ장비에 몰아주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하던 차세대 혁신성장 동력도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리즘과 반대로 가면서 장기적으로 소재를 국산화한다고만 하는 건 2~3년간 정치적 역풍을 막으려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역사 문제가 경제로, 다시 안보 문제로까지 번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의 파장은.


▲유= GSOMIA는 파기하면 안 된다. 우리에게도 첨예한 이익이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주둔 미군이 한반도 오고, 일본이 후방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려면 (군사)정보의 신속 교환이 중요하다. GSOMIA가 일방적으로 우리가 일본에 시혜를 준다고 보면 안 된다. 외교라는 것은 감정이나 자기입장만 주장해선 안 된다. 그러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오직 국익과 실리를 찾아야 한다.


▲이= 기업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11월 GSOMIA가 실제로 종료됐을 때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비용적 측면이 우려된다. 회사채 금리상승,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환율변동 등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다. 국가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권과는 대화가 안 통한다고 보고, 정권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유= 그래서 저는 중재위로 가는 방안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중재위로 가는 방안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위원들이 양국 자료를 읽어야 하는데, 방대한 양의 한국어ㆍ일본어 자료를 번역하는 절차만 해도 1년이 금방 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권이 바뀔 만큼 시간이 흐른다. 그럼 그때 다시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최= 동의한다. 국제중재로 가면 최대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오래 걸린다. 그러나 여기에 합의하는 순간, 양국의 보복은 중단될 수 있다. 무역보복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대법원의 청구권 협정 판결 이전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재까지 가기로 합의하면 문제가 해결이 되고 기업들도 살길이 열린다. 우리 정부도 정치적 부담이 적어진다. 설령 판결에서 지더라도 차기정부의 일이다. 중재로 가는 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다음 달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데 대화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기대해도 될까.


▲유= 꽉 막힌 양국 대화의 물꼬를 트는 차원에서 평가할 수는 있다. 현재로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최= 이 총리의 메시지는 아마도 'GSOMIA에 한국이 다시 복귀할 테니 일본은 무역보복을 철회하라'는 식의 스몰딜이지 싶다. 그런데 GSOMIA 종료는 일본이 아파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도 아픈 것이다. GSOMIA를 레버리지로 쓸 만큼 일본이 결정적으로 아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런 내용의 스몰딜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딜을 한다면 암암리에 일본이 얘기하듯이 강제징용 배상금 문제와 무역보복 철회 간에 빅딜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총리가 그런 빅딜 카드를 갖고 가려면 충분한 전권을 위임받아야 한다. 현 집권세력이 이 총리에게 그런 막대한 권한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시아경제 한일문제 전문가 좌담회./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한일문제 전문가 좌담회./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법원 판결 이후 1년이 다 된 시점에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 향후 전망은.


▲이= 일은 이미 벌어졌고 단기간에 수습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 다만 국민적 감정 불화로 확장될까 우려된다.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립한다. 정부가 수습을 하고 싶어도 국민 간 반목이 깊어지는 순간 수습이 안 된다. 일본 정부와 국민을 이원화해서 퇴로를 열어놔야 한다. 일본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지,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전혀 없다.


▲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역보복을 결정한 순간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특히 한일관계에서 일본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차제에 독일ㆍ폴란드 사례처럼 새로운 한일우호친선협정도 맺을 수 있다. 여론지도층, 언론, 청소년 교류를 상시화하면서 무너진 양국감정을 되살리는 5개년 종합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패키지딜을 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결책이라 본다.


▲유= 아베 총리도 위기에 처해있다. 재정적자가 커지자 소비세를 인상하는 등 내치로는 불안정하다. 그런 만큼 대외적으로 자기에게 비수를 스스로 들이대는 행동은 더 이상 안 할 것이다. 그게 바로 한국에 대한 양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세판단을 하면서 대외정책을 짜나가야 한다. 거기서 어떤 가능성을 찾기 위해 이 총리가 일본을 가는 것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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