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인재라도 '새 환경' 적응해야
강점은 유지하되 조직에 맞게 유연히
내 가치를 상대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를 보기 전부터 기대가 많았다. 20년 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신입 앤 해서웨이(앤디 역)가 겪던 생활은 뉴욕에서 대학 시절과 초기 커리어 생활을 했던 필자에게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20년이 지나 변화된 커리어 세계를 어떻게 그려낼지, 40세를 훌쩍 넘어버린 앤디가 어떤 에피소드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뉴욕과 밀라노의 화려한 배경과 명품 배우들이 주는 감동은 여전했지만, 헤드헌터인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복귀한 앤디가 정작 조직 안에서는 철저히 외면받는 냉혹한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입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앤디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조직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영입된 전략 인재다. 그러나 그녀의 채용 소식은 현장에 공유되지 않았고, 실질적 권력자인 상사 미란다는 그녀에게 구석진 자리를 배정한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기업 현장에서 임원으로 영입된 인재들이 겪는 실제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 있기 때문이다. 회장의 낙점은 오퍼일 뿐, 조직 안에서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별개의 문제다. 낙하산은 크기와 상관없이 땅에 닿는 순간 접어야 한다.
필자는 후보자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사했지만, 기존 조직의 텃세와 견제라는 현실 앞에서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내 방식이 맞는데 인정받지 못한다"와 같은 푸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어려움의 원인이 역량 부족인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충분히 뛰어난 사람임에도 새 조직의 맥락을 읽지 못한 채 이전 방식을 고수하다 조직의 저항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메릴 스트리프(왼쪽)와 앤 해서웨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20년만의 후속작이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앤디의 변화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정통 저널리스트로서 '원칙'을 중시하던 그녀가 런웨이에서 비로소 인정받은 계기는 원칙에 앞서 이 조직이 처한 당장 가렵고 아픈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읽어내고, 그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킨 데 있었다. 상사인 미란다가 그토록 갈망하던 인터뷰를 성사시키며 앤디는 조직이 바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강점을 발휘한다.
경영학자 마이클 왓킨스는 저서 '90일 안에 장악하라'에서 새 조직에 합류하는 것을 이식 수술에 비유한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새로운 환경에 신중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조직의 거부 반응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는 임원들은 입사 초기를 관찰자의 시간으로 삼는다.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보이지 않는 권력의 지도를 먼저 파악하고, 신뢰를 쌓으며 자신의 방식을 녹여낸다.
자기 색을 지우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강점을 유지하되, 그것을 조직이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은 늘 가장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풀어줄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그 차이를 읽는 사람이 결국 박힌 돌보다 소중한 존재가 된다.
지금 새로운 조직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방향을 점검하고, 조직의 진짜 언어를 공부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성공적인 온보딩은 단순한 적응을 넘어 나의 가치를 상대의 언어로 들려주는 치열한 번역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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