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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20-① □□국회, 내일의 제목을 달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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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시리즈 Story #20. "국회,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각계에 물어보니<끝>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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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 되려면
입법기능이 살아나야
政爭 아닌 성실한 논쟁 필요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본지가 지난달 23일부터 20회에 걸쳐 연재한 '너섬 1번지-국회를 아십니까' 기획을 마무리 지으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에게 국회의 개선점과 바람직한 국회상에 대해 물었다. 각론에선 차이를 보였지만 총론은 한 가지로 수렴했다. '정쟁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지난달 취임한 정 국회의장이 그리는 국회상은 '제 할 일 다하는 국회'다. 정 국회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상시국회를 지향하며 '제 할 일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등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면서 "국회 특위 개선 등 자정기능을 강화해 국회가 명실상부한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하는 국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입법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관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은 미숙한 법안 처리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회장은 "법안 처리 기한을 명기함으로써 정쟁시에는 해당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며 "지금처럼 법안 처리가 늦어져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부회장은 국회의 기능이 상당 부분 국정감사와 통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통법부가 아닌 입법부로써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의 편의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정 위임 입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입법기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위헌적 오류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위해 2007년 9월부터 지금까지 국회 앞에서 텐트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본부장은 '법안의 신중한 통과'를 주문했다. 김씨는 "대한민국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이다. 국회는 사립대학 가운데 특히 재벌사학을 배불리기 위한 법안을 더 이상 만들거나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여야가 줄다리기하는 시늉하다가 12월 말에 시간에 쫓겨 한꺼번에 법안을 두둘겨 통과시키는 작태는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하다가 뒤늦게야 부랴부랴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행위를 꼬집은 것이다.

□□국회?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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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법안 처리와 관련해 직장인 유효정(31·여)씨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씨는 "얼마 전 막을 내린 역사드라마 '정도전'에 나온 명대사 중에 국회에 하고 싶은 대사가 있다. 맹자의 말씀을 인용한 대사 '불위야 비불능야(不爲也 非不能也·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이다"면서 "현재 국회에 표류 중인 법안들과 사안들이 꽤 있다. 학력과 능력,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분명 일을 못 하는게 아닐 것이다. 더 이상 '일 안하는' 이미지의 국회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를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무하는 손혜정(32·여)씨는 "서강대교로 출퇴근하는데 택시기사가 '다른 한강다리는 제한속도가 시속 60㎞지만 여기는 의원님들 잘 다니라고 70㎞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국민들이 느끼는 국회의원의 위상(?)이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며 "사소한 특권은 버리고 국민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기 보다는 국회를 권력을 견제하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정부 핵심 권력은 일상적으로 감시를 받지 않는 집단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잘 활용하면 사법권력이나 경제권력까지도 견제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며 "당장 보이는 정쟁이 많아서 국회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지만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이 어느 집단을 대표하고 있는지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스스로도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 간사는 "의정활동 평가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은 국회의원이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지 드러내고 증명하는 과정"이라면서 "누구를 대표하는 것 자체가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드러내면 국민들이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감시센터는 끝으로 '강한 국회'를 바람으로 전했다. 이선미 간사는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기능으로써의 국회의 모습은 아직 약하다"면서 "여당의 모습은 국회의원이라기보다 정권을 수호·비호하는 역할을 많이 하는데 이렇다 보니 정권의 대리당인지 원내 1당인지 모호해지는 상황이 된다"고 꼬집었다. 정권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기보다 소신껏 일하는 국회가 되라는 얘기다.

초선인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대 국회가 개원하기 직전 지하철에서 국회의사당역 안내방송이 나오자 갑자기 맞은 편에 앉아있던 중년남성이 '하는 일 없이 돈만 밝힌다'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내용의 험한 욕설을 내뱉는 것을 보고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깊은 적대감을 실감했다"며 "그래서 '정치 불신 깨뜨리기'와 '신뢰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헌법이 부여한 3권분립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배 의원은 또 "정당정치가 정치 엘리트들만의 게임처럼 여겨진다는 비판이 거세다"며 "지역구 의원의 활동이 '표 관리'에 그치지 않고 생활정치 공동체를 일궈내는 노력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기록보존소 직원들이 서고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국회기록보존소 직원들이 서고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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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록보존소엔 뭐가 있나
66년 역사…민주당 청색 黨旗·30년 전 선거 포스터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통합된 이후 볼 수 없는 민주당의 파란색 당기(黨旗),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 그리고 지난해 별세한 김영배 전 국회부의장이 30년 전 내걸었던 선거용 포스터까지.

부침과 역동의 66년 국회 역사가 조용히 숨쉬고 있는 곳이 있다. 파란만장한 시간의 자취들이 깃든 곳은 2000년에 설립된 '국회기록보존소'다. 이곳에는 대한민국 국회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자료가 고스란히 모여 있다. 입법부의 국가기록원인 셈이다.

'국회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는 국회기록보존소의 서고는 국회 의정관 지하 1, 2층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는 제헌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수집된 회의록(3181권)과 법률·예산안 등 각종 의안문서(5990권)부터 각종 보고서·간행물(3526권), 인사기록카드, 국회 건물 도면에 국회 행사 포스터와 초청장까지 국회 관련 모든 자료가 망라돼 있다. 지금까지 확보된 기록물은 약 10만점에 달한다.

대부분 종이로 된 문서인데다 영구 보존해야 할 기록들이 많아 산성화를 방지하는 탈산처리를 하고 항온항습기도 설치해뒀다. 국회의원 배지나 직인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들(행정박물)도 850점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근래에는 얼마 전 퇴임한 이병석 전 부의장의 명패가 이관됐다.

국회 내에서 생산된 모든 공공 기록물은 할 일을 마치면 국회기록보존소로 들어오지만, 국회의원과 정당이 지닌 사적 기록물의 이관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정당으로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처음으로 지난해 민주당 당기와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정사진 등 22점의 기록물을 이관했다.

2010년 고 김영배 전 부의장 측으로부터 기록물 기증 의뢰가 들어와 직원들이 그의 자택으로 달려가 1980년대 김 전 부의장이 쓴 서예 작품 등 27점을 일일이 포장해 옮겼다. 지난해 김 전 부의장이 별세하면서 자칫 소실되거나 개인의 소장품이 될 수 있었던 역사적 기록물들이 국회로 이관된 것이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국회기록보존소로 직접 연락을 해 의정 활동이 담긴 자료와 노트, 책 등을 위탁했다고 한다.

국회기록보존소는 2012년부터 역대 국회의장·부의장들의 구술 영상을 찍고 있다. 1명당 6시간씩 이들의 학창시절부터 국정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들, 퇴임 후 근황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재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 8명의 영상이 공개됐다. 대표적인 친 김영삼계로 분류되는 김수한 전 의장이 젊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 10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박관용 의장의 소회 등을 들을 수 있다.

국회기록보존소가 보유한 자료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일반인들도 열람할 수 있다. 열람 건수는 2011년 71건, 2012년 86건, 2013년 119건 등 해마다 늘고 있으며, 정보공개 여부는 기록을 만든 당사자나 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금은 기록물 검색·분류 체계가 완성되지 않아 때론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향후에는 이를 보완하고, 국회도서관·헌정기념관과 협력해 자료들이 통합 검색되는 '디지털 라키비움(도서관+기록+박물관)' 형태로 이용자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학명 기록정보서비스 과장은 "국회 기록물들은 우리 정치사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료적 증거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의원 개인과 정당 등이 보유한 국정전반에 대한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회기록보존소로 이관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이 후손에 남을 국회 사초(史草)에 거성(巨星)으로 기억될지 오명(汚名)으로 남을지는 국회의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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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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