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성과지표 주가 대폭 올리고도 불안
지주회장·사외이사 임기 개편시 외풍 노출
사고시 성과급 환수 '클로백' 도입시 당국 입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장들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취임 후 지주회사 주가를 평균 110%나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지만 정작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임기 제도를 정조준한 데다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카드까지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핵심 평가지표인 주가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도 경영 불안에 시달리는 모순적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대 은행장 성적표 '110%'…시장과 학계 '호평'

[Why&Next]4대 은행장, 주가 110% 올리고도 '가시방석'…연말 임기만료 앞 '근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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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장 지주사 체제에서 은행장의 가장 핵심적인 성과지표(KPI)는 주가 관리다. 금융지주 수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지주사 주가는 곧 은행장의 성적표와 직결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수록 본인의 인센티브가 늘기 때문에 상장 지주사 계열 시중은행장들로선 기업설명회(IR)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주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대 은행장 성적표는 화려하다. 각 은행장 취임일부터 지난 13일까지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10.3%에 달한다. 신한지주가 141%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지주(114.9%), 우리금융지주(103.7%), KB금융(81.6%)가 뒤를 이었다. 특히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다른 은행장들보다 긴 재임 기간에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계와 증권가 역시 이 같은 성과에 후한 점수를 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주사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주가순자산비율(PBR) 정상화, 배당·자사주 매입 확대에 성공한 데다 주가 상승률까지 80%대 수준인 건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를 고려해도 경영성과 지표상 '상' 이상 등급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 또한 보고서를 통해 "안정적인 자본 관리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국발 지배구조 개편에 은행장 '좌불안석'…'정치적 우산' 사라지나

정상혁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정상혁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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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들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웃음기를 거두는 가장 큰 이유는 조만간 발표될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안 때문이다. 이 안엔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임기 규제 강화 및 클로백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와 금융권은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의 연임 규제 이슈가 은행장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4대 은행 모두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만큼 지주 회장이 은행장 임면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지주 회장 입지가 흔들리면 은행장 자리도 자연스럽게 위태로워지는 구조다. 특히 금융당국 규제로 지주 회장과 이사회의 권한이 약화할 경우 은행장들은 자신을 보호해주던 '정치적 우산' 없이 당국과 정치권, 국민 여론이라는 '외풍'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실제로 금융권에선 이번 개선안에 지주 회장 3연임 제한 법제화나 정족수 문턱을 높이는 특별결의 강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배구조의 근간이 바뀌는 만큼 은행장들의 불안도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만약 은행이 증권시장에 상장돼 지주사로부터 독립된 이사회가 은행장을 선임한다면 지주 회장 거취 때문에 은행장 입지가 흔들리진 않겠지만 한국 금융은 그런 구조가 아니다"며 "사실상 지주 회장이 은행장 임면권을 쥐고 있어 지주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은행 지배구조도 연쇄적으로 요동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시중은행 대다수가 인수합병(M&A) 과정을 거치며 계파가 형성됐고, 지주 회장 장기 집권을 방치해 온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참호 구축' '골동품'이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자초한 부분이 크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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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백 도입 시 당국 정성평가 강화…"실적보다 소비자보호"

지배구조 개편안의 또 다른 핵심인 클로백 제도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도입 필요성을 직접 거론했을 정도로 감독당국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사고만 나지 않으면 문제없지 않으냐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아무리 내부통제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도 해킹이나 개별 직원의 일탈 등 모든 금융사고를 완벽히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클로백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장들은 성과급 반납 리스크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평판'이란 당국의 강력한 정성평가 잣대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직위 보전과 연임에 직결되는 핵심 지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서 교수는 "금감원이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향후 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과거 사고 이력과 소비자 보호 태도 등을 이전보다 훨씬 치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이러한 요소들이 은행장 인선·연임 심사에도 매우 중요한 정성 평가 항목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가와 실적은 업권 전체의 호조에 힘입은 측면이 커 변별력을 가르는 지표로 작동하기 어렵고 세부 기준 정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성과 증명했는데 모순" vs 당국 "공적 책임 면피 불가"

은행권은 주가 상승이란 명확한 수치로 실력을 증명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은 '경영 모순'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 사상 최대 실적 이면에 가려진 소비자피해와 금융사고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관행에 대한 정치권의 날 선 비판, 공적 기관으로서의 은행 책무 강화 요구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금융은 민간 영업 형태지만 국가 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기반한 준공공사업인 만큼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썼다.


다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두고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만큼이나 무게감이 상당하다"며 "단순히 주가나 실적 수치만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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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사들이 자체적인 최고경영자(CEO) 승계 플랜을 실효성 있게 작동시켰다면 차기 리더 후보군 육성 체계가 고도화됐을 것"이라며 "(단임제에서) 소신껏 일하는 이사회와 (연임) 욕심내지 않는 경영진 체제가 공고해진다면 '주가만 올리면 그만'이란 논리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높은 주가가 경영진 노력 외 과점적 산업 구조와 이자 수익에 기반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 스스로 진정한 경영 혁신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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