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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18-② 2492일째…국회앞 시위 '최고참 노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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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지위 회복 나선 김영곤·김동애씨
김영곤·김영애 부부는 대학 시간강사 지위 회복 등을 위해 오늘로 2492일째 국회 앞에서 1인시위와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영곤·김영애 부부는 대학 시간강사 지위 회복 등을 위해 오늘로 2492일째 국회 앞에서 1인시위와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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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위원장(65)과 김동애 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67). 이들은 국회 앞 1인 시위자 중 최고참으로 불리는 노부부다. 부부의 '국회 앞 텐트농성'은 오늘(3일)로 2492일째다. 2007년 시작된 시위가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부의 시위 목적은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과 줄세우기식 대학 교육의 정상화. 김 위원장은 "단순히 강사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기사가 나가선 안 된다"며 신신당부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 국민은행 건물 앞에 자리한 천막으로 향했다. 허리를 굽혀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비닐천막 안에 김씨 부부와 함께 둘러앉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시간강사를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공무원ㆍ사학연금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것 ▲강사 시급제를 없애고 호봉제 실시할 것 ▲ 비정규직 교수를 줄이고 대학 교육을 정상화할 것 등이다.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장이 다소 난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궁극적인 주장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세상의 큰 흐름을 읽으면서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대학이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시간강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실에 학생 100명을 몰아넣고 상대평가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주입식 교육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 강사 수가 늘어나면 한 교실에 20명 안팎의 학생들이 충분히 토론할 수 있죠. 그러면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세상을 두루 보는 시각도 생길 거예요. 지금처럼 취업에만 집착하는 분위기도 바뀌겠죠. 사회 전체의 행복도가 올라가는 겁니다."
시위 지지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부부가 충남 당진에 있는 집으로 내려가는 주말에는 고대민주동우회, 고대민주단체협의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순번에 따라 천막 안에서 1박2일을 보낸다. 김 본부장은 "학생들이 똑똑해졌다. 강사문제를 자신의 문제이자 장래의 문제라고 여기며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몇 해 전에는 한 직장인 여성이 부부의 사연을 듣고 "비정규직 문제로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큰 힘이 됐다"며 자신의 한달치 월급을 후원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시위를 하기 전 부부는 대학교 시간강사였다. 특히 아내인 김 본부장은 2001년 강의를 하던 학교에 저항해 소송을 내고 1인 시위를 시작해 그동안 교육부, 청와대, 국가인권위, 기획예산처 등 안 가본 기관이 없을 정도다. 5년간의 소송 끝에 그는 시간강사로서는 처음으로 '학교가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줘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부부의 국회 천막농성은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처음엔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 당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강사 처우개선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시간강사의 잇따른 자살에도 강사 처우 개선은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대학 강사 10명이 대학의 부당한 처우에 대항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씨 부부는 강사가 온전히 교원 지위를 회복할 때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간혹 다른 시위자나 지나가던 국회의원들과 시비가 붙기도 하고, 비웃음 당할 때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부부는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옳고 진실하면 이긴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들도 긴 안목을 갖고 현 시국과 역사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생각해서 법안을 내고 붙들고 늘어졌으면 좋겠어요. 법안 통과 못 시켜도 제대로 하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에 기록이 남을 수 있으니까요. 한 사람이 마음 먹으면 안되는 게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니까 우리 천막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잖아요. 아무도 헐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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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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