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바이오·양자컴…과학적 ‘블랙박스’ 존재
딥테크에 대한 무지와 맹신에 사기꾼 활개
냉철한 이성에 따른 투자와 시스템 보완 절실

[시시비비] 과학, 맹신, 사기… 혼돈의 딥테크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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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만 해도 인류는 과학을 곧 정복할 듯 보였다. 모든 현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결정론적 세계관'의 시대였다. 입력값에 따라 정해진 결과값을 내놓는 'IF~ THEN~' 구조의 코딩 언어는 그 시절 논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딥테크는 궤를 달리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컴퓨터는 '현상을 완벽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격언처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기술 이해의 시작이 된 셈이다.


AI는 순식간에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AI가 어떤 연산 과정을 거쳐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완벽히 추적하지 못한다.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은 명확하나 중간 과정은 안개에 싸인 이른바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다. 작동 원리를 인간의 논리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이는 AI가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공포의 근원이 된다.

바이오 연구의 이정표가 된 인간 지놈(Genome) 프로젝트는 약 2만여개의 유전자가 단백질 설계도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단백질은 세포 안팎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구글의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기 위해선 이들이 언제 생성되고, 어떤 신호를 주고받으며, 어떻게 서로 결합하는지 그 비밀을 더 풀어야 한다. 우리가 작동 기전을 명확히 규명한 단백질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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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역학에 기반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비유처럼, 미시 세계의 양자(Quantum)는 관측 전까지 '살았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Superposition)된 고양이와 같다. 거시 세계의 상식으로는 그런 고양이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양자세계의 고양이는 늘 그런 상태에 있다. 초전도와 광자 기술로 이 불안정한 중첩 상태를 제어하고 오류를 줄여 계산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 양자컴퓨터다.


이처럼 '알 수 없다'는 본질적 난해함 때문인지, 딥테크는 때로 과학의 영역을 넘어 맹목적인 믿음의 대상이 된다. 과거 황우석 사태 당시 논문 위조가 드러났음에도 "그럴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했던 이들을 떠올려보라. 거대한 자본이 얽힌 투자 시장에서 이러한 믿음은 확증편향과 만나 더욱 공고해진다. 과거 신라젠 사태가 그랬고, 최근 특정 상장사에 대한 맹신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유독 기술력에 대한 맹신이 투영된 상장사가 많다. 특히 적자 상태임에도 미래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상장하는 '기술특례 상장기업'들이 주된 무대다. 기술, 특허, 회계 전문가들이 심사한다지만, 딥테크 분야일수록 그 기술의 실체와 데이터의 진위를 외부인이 단기간에 가려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이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할 경우, 이를 사전에 걸러낼 검증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대중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일수록 논리적 검증보다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거대 담론에 의존한다. 이러한 심리는 유튜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거치며 맹목적 신앙으로 변질하곤 한다. 일부 기업은 이 기회를 포착해 유리한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발표하거나 모호하게 답변한다. 투자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해 맹신을 부추긴다. 과학이 합리적 의심에서 벗어나 사기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딥테크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겸손한 인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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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투자자들 역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냉정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근거 없는 '맹신'이 아닌 차가운 '이성'에 기반한 투자가 본인의 자산을 지키는 길이다. 정부 또한 전문가 검증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기술적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촘촘한 시스템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혁신은 언제든 제2의 신라젠 사태라는 비극으로 반복될 수 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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