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면 '삐' 소리 나는 거 아니야?"…몸 커졌는데 그대로인 엘리베이터
英·유럽 엘리베이터 기준 분석
비만 증가에도 무게 제한은 제자리
연구진 "체형 변화 반영 못해"
영국과 유럽의 엘리베이터 설계 기준이 최근 비만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안전 문제뿐 아니라 비만인들이 공공시설 이용 과정에서 차별과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 프래더-윌리 증후군 협회(IPWSO)의 닉 파이너 교수 연구팀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에서 발표한 연구를 통해 영국과 유럽의 엘리베이터 무게 제한 기준이 증가하는 비만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에서 1972년부터 2024년 사이 제작된 엘리베이터 112대의 최대 탑승 하중 자료를 분석했다.
파이너 교수는 엘리베이터의 총 허용 중량을 최대 탑승 인원수로 나눠 제작 당시 성인 평균 체중과 비교했다.
연구진 "평균 체중 늘었지만 엘리베이터 하중은 그대로"
연구 결과, 성인 평균 체중은 계속 증가했지만, 엘리베이터의 총 허용 하중은 2004년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중반 영국 남성 평균 체중은 75㎏, 여성은 6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각각 86㎏, 73㎏까지 증가했다.
엘리베이터 1인당 허용 중량은 1972년 약 62㎏에서 2002년 75㎏까지 상승해 당시 체중 증가 추세와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대부분 제조업체는 성인 평균 체중을 75㎏ 수준으로 가정했다. 이는 현재 평균 성인 체중보다 약 4㎏ 낮은 수치다.
파이너 교수는 제조업체들이 체중보다 탑승 공간 면적을 기준으로 설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비만 증가에 따른 체형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너 교수는 "비만이 증가하면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 역시 커진다는 점을 제조업체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설계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을 경우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상 정원보다 실제 탑승 가능 인원이 줄어들 경우 층간 이동 효율이 떨어지고, 총 허용 중량을 초과하면 엘리베이터가 멈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 맞게 공공시설 개선해야"
특히 파이너 교수는 비만인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겪는 심리적 낙인을 우려했다. 그는 "일상 속 체중 차별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며 "비만인들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다양한 시설을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만과 체형 변화 추세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들이 사회에서 생활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제인 드빌-아몬드 영국비만학회장은 "사회가 50년 전 체형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21세기에 맞는 시설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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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 루이스 페인도 "공공시설은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성과 접근성, 포용성의 문제"라며 "누구도 대중교통이나 일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끄러움이나 배제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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