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위기의 청년 마음건강…서울시 예방대책 강화 나선다
서울 청년 10명 중 4명 이상은 지금까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아시아경제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 청년자살 실태분석 및 해결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청년 자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담겼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4월24일부터 5월6일까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3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4.1%가 지금까지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자살을 생각한 시기를 묻자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비교적 최근이라는 응답이 36.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3개월 이상~1년 미만(19.2%)' '4년 이상(18.0%)' '1년 이상~2년 미만(13.1%)' '2년 이상~3년 미만(7.3%)' 순이었다.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7.9%를 기록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자살을 계획한 시기도 '3개월 미만'이 27.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3개월 이상~1년 미만(22.7%)' '1년 이상~2년 미만(20.2%)' '4년 이상(19.3%)'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3.9%는 자살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자살을 시도한 시기를 물었더니 39.7%는 '4년 이상'이 흘렀다고 답했다. '1년 이상~2년 미만(17.2%)' '3개월 이상~1년 미만(15.5%)' '3년 이상~4년 미만(12.1%)'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살 원인 '우울·빚·애인문제' 많아
연구진은 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3~2020년 서울시 만 18~39세 청년들의 자살 원인을 분석했다. 이 기간 총 4408명의 청년이 자살로 사망했는데, 원인으로는 주로 정신건강 문제(43.1%)가 꼽혔고 다음으로 '경제문제(20.3%)' '대인관계 문제(9.9%)' '직업문제(9.7%)' 순이었다.
정신건강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우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경제 문제는 '빚(부채)'이 가장 심각한 원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인관계 문제는 '애인 관련 문제'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립·은둔청년 5명, 자살시도자 3명을 대상으로 한 자살 고위험군 심층 면담도 진행했다. 면담 결과, 청년 시기에 자살 관련된 경험을 한 대상자들의 경우 청년기 삶 이전의 환경적 배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청소년기 단계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 놓여 있었고, 학교와 같은 공공영역에서도 적절하게 보호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면담에서는 자살 고위험군의 사회적 자활을 돕기 위해 직업적인 복지를 강화해 달라는 정책 제안의 목소리도 나왔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사망률 추이를 보면 2000년에 인구 10만명당 11.1명으로 연구 기간 중 가장 낮았다.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에는 27.9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자치구별로 자살률 달라
최근 20여년간 25개 자치구별 자살률을 보면 남성의 경우 강북구와 동대문구, 중랑구에서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관악구는 기간이 지날수록 남성의 자살률이 서울시 평균 자살률을 넘어서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은 강남구, 관악구, 도봉구에서 기간이 지날수록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강남구의 경우 2012년부터 2017년, 2018년부터 2023년에 자치구 중 여성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서초구는 기간이 지날수록 여성 자살률이 서울시 평균보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5개 자치구에서 청년자살 예방정책을 시행 중이었다. 특히 동작구는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사업 외에 노량진 수험생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별도로 운영 중이었다.
"자살률 낮추자" 대책 분주
2024년 서울시가 발표한 '자살예방 종합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2030년까지 시민 자살률을 50% 이상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2023년 기준 서울시민 10만명당 자살률은 23.3명으로 전국 평균 27.3명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OECD 국가 평균 10.7명에 비하면 높다. 2024년 서울시 자살률은 24.1명으로 전국 29.1명 대비 최저수준으로, 시는 청년 자살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연구진은 의료, 심리, 법, 간호 등 다양한 전문영역의 자문단(14명)을 구성해 회의를 열고, 청년 참여형 자살예방 프로그램·캠페인을 제안했다. 제안 프로그램으로 ▲자살 생존 청년·유가족 참여 스토리 공유 플랫폼 구축 ▲청년 자살예방 서포터즈 프로그램 확대 ▲청년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 등이 제시됐다.
지난해 7월 열린 '서울시 청년 자살예방을 위한 100인 토론회'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난이도에 맞게 설정된 5단계 봉사활동을 수행하면 복지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온·오프라인 국밥집을 만들어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밖에 청년을 위한 이동형 24시간 마음응급버스 운영, 청년 위험군 관계 유지 기반 감정 모니터링 서비스 등이 토론회에서 제시됐다.
연구진은 "주거, 교육, 복지, 금융 등의 정책들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자살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며 "자살예방 정책을 논할 때 다양한 복지 정책 또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청년에 대한 복지 영역과 정신건강 영역의 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청년 대상자 중심의 정보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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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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