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G20서울회의 환율이 흥행변수되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 당국자와 준비위 관계자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환율전쟁' 공포가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세계를 대표하는 20개국의 정상과 재무장관들을 불러 모아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국제통화기금(IMF)개혁'의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다져왔다. 하지만 요즘 글로벌 경제가 환율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자칫 환율전쟁이라는 불청객 때문에 '서울 G20 이니셔티브'가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이 너나할 것 없이 환율에 대한 자국의 목소리를 내느라 여념이 없다. 미국은 중국이 저평가된 위안화를 일정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은 없다면서 꿈쩍도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 G20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으로서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환율논의를 생략하고 자국이 내년에 주도권을 쥐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갈 곳 없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개도국으로 유입되면서 각국이 환율방어에 나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엔고 탓에 6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브라질도 환율 인하(평가절상)에 손을 대며 자국입장 살리기에 안간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자본 유출입을 모니터링하면서 급증하는 달러화 유입을 막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게 비화되자 IMF총재, 전 세계 4200여개 금융기관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마저 화폐전쟁의 불을 꺼야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11월 서울 G20회의때 환율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분출하고 있다. IIF총재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달러 강세에 대응해 엔화가치를 절상시키기로 합의한 1985년의 플라자합의에 이어 이번에는 제 2의 플라자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서울회의에서 개별국가의 환율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번 회의가 당초 의도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윤 장관은 5일 국감에서 "G20에서 환율 전반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정부와 G20준비위는 그동안 G20정상회의가 국민들에 제대로 홍보가 안 된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서울회의가 환율격전장으로 변모하면 의장국으로서 체면이 깎인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금융안정망 구축, IMF개혁' 등의 거창한 주제보다 선진-개도국간 환율전쟁터에서 의장국으로서 어떻게 조정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모든 고민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사고를 확 바꿔보자. '서울합의'가 1985년 플라자합의에 이어 역사책에 오를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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