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나랑 놀자. 난 아주 쓸쓸하단다. -난, 너랑 놀 수 없어. 우린 서로 길들이지 않았으니까.


-‘길들이다’가 뭐니?

-넌 무얼 찾니?


-나는 사람을 찾아. 근데 ‘길들이다’가 뭐야?


-사람들은 총을 갖고 사냥해. 사람들은 닭을 기르기도 해. 너도 닭을 찾니?


-아니, 나는 친구를 찾는거야. ‘길들이다’가 무슨 말이야?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너는 나에게 있어서 아직 몇 천, 몇 만 명의 어린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에 불과해. 나는 네가 필요 없고 너는 내가 아쉽지도 않아. 너에게 있어서 나는 몇 천 몇 만 마리의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질거야. 너는 나에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이가 될거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여우가 될거야...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어린왕자와 여우가 만나며 나누는 대화입니다. ‘첫눈, 첫만남, 첫사랑, 첫아이, 첫돌, 첫키스…’ 처음이라는 의미는 항상 신선하고 조심스럽고 설레고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첫 만남에서는 어디까지 다가가야 할지 몰라 그저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바라보기만 합니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나의 생활은 해가 돋는것처럼 환해질거야. 난 어느 발소리하고도 틀린 네 발소리를 알게 될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나는 땅 속으로 들어가지. 그러나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 마냥 나를 굴 밖으로 불러 낼 거야.


제발 나를 길들여 다오


-그러지,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를 찾아야하거든.


-친구를 갖고 싶거든 나를 길들여!


저만치 떨어져 앉았던 사이에서 옆으로 옆으로 다가와 어깨동무할 수 있는 거리로 좁혀졌습니다. 로즈마리향의 차를 혼자 마시면서도 함께 듣던 음악과, 같이 걷던 길과, 마주 앉아 먹었던 음식들을 기억합니다. 행복한 과거를 회상하며 마냥 즐거워합니다.


2009년이라는 단어가 아주 어색하던 날부터 365일을 사용하다 익숙해진 오늘까지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우연한 만남도 있었고 약속 날을 손꼽아 기다린 만남도 있었습니다. 첫 만남은 조심스럽지만 두 번, 세 번 만나면서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지게 됩니다. 친구가 되었다고 할까요.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좋은 점도 있지만 풋풋함과 상큼함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같이 나누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 때문에 서로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 되면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할지라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서도 그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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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만큼,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에 지나지 않다 이제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 돼 버린 소중한 분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리며, 한 해의 마지막 날 여우가 우리에게 주는 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버리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네가 책임을 져야 되는 거야…’

토포하우스 대표 오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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