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11일 공개한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전투병력철수 관련 외교사료에 따르면 미군 철수에 따른 전투력 공백을 우려한 우리 국방부가 지속적으로 F-16 구매를 요청했으며, 1977년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측도 원칙적으로 판매에 동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 2월 해럴드 브라운 미국 국방장관은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출석해 "한국정부에서 공동생산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증언했다. 우리 정부가 기술 이전 등을 고려해 F-16 구매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공군이 미국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F-16을 구매해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이다. 미국 의회의 반대 때문이었다.
1978년 우리 외교부가 미국 의회 동향을 파악해 만든 자료에는 미국 상하 양원에서 한국군이 F-16을 보유하면 동북아 군비경쟁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미국 정부는 77년 SCM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F-16 전달 시기를 합의하지 않아 관련 논의가 지연됐으며,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대폭 축소되면서 F-16 구매 문제도 자연스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카터 대통령은 1977년 취임직후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으며, 1978년 1차 6000명 철수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해 1982년까지 지상 전투병력 완전 철수를 계획했다.
대신 한국군 군사력 증강을 위해 4년간 대외군사차관(FMS) 11억달러, 철수 부대 장비 이양 8억달러 등 총 19억달러 지원계획을 세웠다. 또 1978년내에 주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를 60대에서 72대로 증강하는 등 주한 미군 공군력은 배가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카터 행정부는 1978년 3400명을 철수했고 그나마 전투병력은 800명을 빼내는 데만 성공했다. 북한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미국 CIA 보고서에 이어 미국 국방부의 지속적인 반대가 있었고, 미국 의회에서 반대가 심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카터가 결국 포기했기 때문이다.
1978년 4월에 나온 미 하원 군사위원회 조사 소위의 미군철수안은 '남북한이 평화적 타결방안에 합의하기 전에는 주한 미 지상군 병력수준은 최소한 2만 6000명(2개 여단 및 2개 사단 본부)이상은 돼야한다'고 제시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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