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통치금고로 변질
이란 정부, 운영 실태파악도 금지
군사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800여개가 넘는 기업을 통해 이란 경제 전반을 장악할 수 있었던 자금 기반은 한 비영리재단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공습으로 지난 2월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이끌던 '모스타자판(Mostazafan)'이 그 주인공이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는 이 재단을 역대 IRGC 사령관들에게 맡겨 운영자금을 계속 확대하고 이권을 부여했다. 이 재단을 통한 끊임 없는 자금 수혈에, IRGC는 이란 내에서 견제가 불가능한 무소불위 조직이 됐다. 정부가 자산 실태도 파악할 수 없어, 이란 내에서도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면서 모스타자판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더욱 강경한 대이란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IRGC의 자금 핵심 축인 모스타자판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IRGC 자금줄 최상단에 위치한 비영리재단, '모스타자판'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IRGC의 주요 자금원은 비영리재단인 모스타자판 재단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비영리재단인 모스타자판은 다시 산하에 이맘 호메이니의 명령집행(EIKO)과 순교자재단이란 종교재단도 보유하고 있다. 모스타자판 재단의 정확한 자산은 공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산하 재단들의 자산까지 합치면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재단이 점차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란 최고지도자 소유의 국부펀드인 이란 국가개발기금(NDFI)에서 매년 원유수출 수익을 받고 있어서다. 이란의 원유수출 자금 중 20%는 NDFI에 적립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NDFI의 자금은 최고지도자만이 인출할 수 있으며 매년 모스타자판 재단으로 수익금 상당수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VOA는 "NDFI 자금은 최고지도자만 인출할 권한이 있기에 이란 역대 정부들은 재정적자가 발생할 때마다 최고지도자에게 NDFI 자금의 차입을 허락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모스타자판 재단을 IRGC의 주요 자금줄로 보고 2020년부터 계속 제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대이란제재 보고서에 "모스타자판 재단은 표면적으로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비영리 자선단체지만, 그 자산은 이란 국민들에게서 몰수한 것"이라며 "이란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강화하고 IRGC와 정치적 동맹에게 보상하고 정권의 적들을 박해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사상자 지원 재단서 통치금고로 변모…IRGC 출신들이 장악
영국 BBC에 따르면 모스타자판 재단의 전신은 과거 1979년 이슬람혁명 전 이란을 통치하던 팔레비국왕이 비자금 조성을 목표로 만들었던 '팔레비 재단'이다. 이슬람혁명 이후에는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세예드 루홀라 호메이니가 직접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팔레비 왕가와 고위 관료들의 재산을 몰수해 재단 자산을 확충했다.
이후 재단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치러진 이란-이라크 전쟁 사상자들에 대한 생계비와 저리 대출 지원을 담당했다. 1989년 하메네이 집권 이후부터는 명목상 민영화를 표방하면서 최고지도자는 이사장을 맡지 않게 됐다. 그러나 역대 이사장들은 모두 IRGC 사령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현재 이사장인 호세인 데흐간 전 이란 부통령도 과거 IRGC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2023년 하메네이의 지명을 받고 이사장이 됐다.
이란 정부, 자산 실태 파악도 불가…IRGC만 열람 가능
현재 모스타자판 재단이 자금을 통해 벌이들이는 수익은 IRGC와 산하 민간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네덜란드 클링엔달 국제관계연구소에 따르면 IRGC는 모스타자판 재단 및 산하 종교재단의 자금을 주로 바시즈 민병대의 조직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바시즈 민병대는 IRGC의 직속 조직으로 15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조직은 유사시 준군사조직으로, 평시 IRGC의 정치적인 동원 조직으로 활용된다.
바시즈 민병대에 가입한 상인들은 외화를 교환할 때 우대 환율을 적용받아 해외 수입품을 거래할 수 있다. 국가 사업계약에서도 우선권을 부여받는다. 또한 바시즈 민병대 소속 청년들은 명문대 우선 입학 자격을 부여받고 정부 조직과 국영기업 취업 시 가산점을 받는다고 클링엔달 연구소는 지적했다.
모스타자판 재단의 운영실태 및 자산규모, 수익과 자금 이동은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란 정부는 해당 재단의 운영에 간섭할 수 없으며, 감사 권한도 IRGC 산하 첩보부만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반체제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INT)에 따르면 이란 내 개혁파 혹은 온건파 정치 인사들은 지난해 12월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었을 당시, 모스타자판이나 그의 산하 재단들의 자산운영 현황과 수익을 공개할 수 있도록 헌법개정을 요구했다. 이란 정부와 의회는 1989년 만들어진 헌법에 보장된 최고지도자 특권 조항으로 인해 모스타자판이나 산하 재단들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다. 해당 재단들에 대한 감사 권한은 IRGC 산하 첩보부만 갖고 있다고 INT는 전했다.
지금도 이란 내 온건파 세력들은 이 재단들의 방만 운영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회에 감사 권한을 부여하고 사업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슈마톨라 팔라하트피셰 전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란 중도성향 매체인 하바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경제 3분의 2를 차지한 조직들이 어떠한 사업 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을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비호 아래 개헌 요구는 과거와 현재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란은 2004년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시기부터 2013년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도 헌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INT는 "이란의 헌법 개정은 최고지도자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데 하메네이 전 지도자가 계속해서 개정에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모스타자판 자금줄 더욱 옥죄는 미국
어떤 감시조차 받지 않는 모스타자판도 이란전쟁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재무부도 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모스타자판으로 이동시킬 것을 우려해 자금줄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일(현지시간) 공지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란의 요구사항에 모스타자판, 이란 적신월사 등 자선재단과 이란 대사관 계좌에 명목상 자선기부 형태로 이뤄지는 기타 현물지급이 옵션으로 있을 수 있다. 자선기부를 포함해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는 모든 선주에게 제재가 가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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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타자판은 앞서 2020년부터 OFAC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으며, OFAC가 모스타자판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한 에너지와 금융, 광업 분야의 개인 10명 및 50개 단체도 제재대상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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