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돈 얘기② 유산과 상속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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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세계적인 가치투자자인 찰리 멍거(1924~2023)가 그의 100주년을 한 달여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함께 50년이 넘도록 버크셔해서웨이란 기업을 일궜다. 82세가 되던 2006년부터 승계 계획을 마련해 순조롭게 업무는 이관됐는데, 사람들은 그의 유산에 관심이 높았다. 현명한 투자자로 이름났던 만큼 약 3조4000억원을 남겼기 때문이다. 기부하기보다는 8명의 자녀가 대부분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상속 이슈가 종종 화제다. 2021년, 미혼이던 개그맨 박수홍의 조카가 ‘삼촌 유산은 내 것’이라며 싱글족들을 분노케 했다. 괘씸하고 ‘빨리 죽으라는 거냐’며 대거 유언장을 공증받는 일이 있었다. 최근 LG가(家) 장자 승계에서 ‘유언장’과 상속회복청구에 대한 각종 쟁점도 알아둘 만하다. 보통은 민사상 상속재산 분쟁이 발생하면,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이나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등 권리를 주장한다.


최근 필자도 ‘아는 세무사’ 소개 요청을 받곤 한다. 증여나 상속 상담을 받고 싶다는 지인들이다. 나이대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상속세를 최소화하고, 가족 간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려는 것이다. 싱글족들부터 이혼과 재혼을 통해 셈법이 복잡한 이들, 치매를 불안해하는 초고령 시니어들이 적극적이다. 드물지만 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시니어들도 있다. 재산의 규모에 따라 유산 계획이 다르지만, 부모로부터 얼마를 받겠다는 자식 부류부터 작은 집으로 이사까지 하며 모은 돈을 최대치로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부모 부류까지 각양각색이다. 재산이 적든 많든 형제간 분쟁이 터져 변호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속과 관련된 트렌드는 가족별, 개인별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에게는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는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먼저 한국에서 상속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전체 상속·증여 재산 규모는 188조4214억원이었다. 2003년 12조원에서, 2017년 90조4496억원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상속세를 따져 어떤 사람에게, 어떤 부분을, 어떤 비율로 분배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유산의 종류도 부동산, 금융자산, 보험금, 차량, 보석류, 예술품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시가’로 평가하다 보니 품목 외에도 시기가 중요해진다. 또 온라인 세상이 커지면서 디지털 콘텐츠 수익이나 온라인 계정과 같은 디지털 자산 문제도 생겼다.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하던 유명인이나 반려동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그 자체가 수입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도 가상자산 가격 급등으로 2025년부터 과세되는 방안이 마련됐고, 차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증여세가 붙는다.


반려동물과 치매에 대한 염려로 인한 시니어 세대의 움직임도 있다. ‘펫로스 증후군’과 반대로 시니어가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을 걱정해 반려동물을 상속인에 포함하기도 한다. 독일 백작부인으로부터 약 4200억원을 물려받은 셰퍼드 ‘건서 3세’가 대표적이다. 세계 갑부견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신탁을 통해 후손견에게 대대로 재산이 상속되는 구조여서 ‘건서 6세’는 현재 약 59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샤넬의 유명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는 85세 나이로 사망하면서 전 재산을 반려묘 ‘슈페트’에게 상속했다. 약 2247억원이었다. 한국에서는 영화배우 엄앵란씨가 방송에서 전 재산을 반려견에게 상속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치매가 늘면서 시니어 스스로 불안감에 미리 신탁 상품을 선택하고, 노후자금이나 자녀 상속 자산을 월별로 지급하는 운용 방식으로 대비하기도 한다. 이때 돌봄 관계, 딸과 아들 등 가족 갈등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변화한 것은 상속의 규모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80·90대 노부모가 사망한 뒤 노인이 된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노노(老老)상속’이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상속세를 낸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이었던 사례는 약 5800건, 2021년 약 64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물려받은 자산은 투자나 소비에 쓰이며 경제에 활력을 주기보다는 안전한 장롱 속에 잠겨 버리는 '자산 잠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 90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는 자식 때문에 대를 건너 물려주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운 좋게 물려받을 유산이 있다면 100세쯤 돼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사실 유산(遺産)에는 2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산이고, 다른 하나는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다. 장수시대, 시니어 세대가 자녀 혹은 청년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무엇일까. 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물려받을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충분히 대화하자. 어쩌면 사랑, 자존감, 태도 등 돈 외에도 의외의 귀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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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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