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출근하는 책들<4>-매너리즘에 빠진 그대에게
애덤 알터는 SNS에 '좋아요'를 받으려고 피드를 계속 새로 올리는 중독적 심리는 1971년 심리학자 마이클 질러의 '비둘기 실험' 속 반복행동과 꼭 같다고 말한다. 비둘기가 버튼을 쫄 때 매번 모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적인 보상(랜덤으로 모이를 주는)을 보일 경우 더 열광적으로 버튼을 쪼아댔다는 그 실험 말이다.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으로 이뤄지는 피드백, 무작위로 주는 보상. 이는 학습심리학의 '변동비율강화'와 다름없는 반응으로 강한 행위 중독을 일으킨다.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고 파괴하는 어떤 무엇의 얼굴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건 꼭 인간만이 아닐 수도 있다. 시스템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템킨 박사의 달콤한 목소리처럼 모든 악덕과 유혹을 결합시켜놓고 버무려놓은 어떤 형태. 시스템의 정체를 생각해본다.
실수, 과오, 실책, 패배, 오점을 때론 어루만져주는 척하지만, 허영심과 욕망만을 자극해 우리를 중독에 이르게 하고, 종래에 가서는 실수를 저지르게 하는 무엇을. 그렇게 가랑비 옷젖듯이 스멀스멀 우리를 파괴시키고 좀먹는 무엇을. 그런 것들은 도처에서 우리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퇴근하고선 폰부터 끄려 한다. 각종 홈쇼핑 앱과 인스타그램의 피드 광고를 그만 보려고. 켜는 순간 그것들이 와글와글 떠들며 내게 사탕발린 소리를 템킨 박사처럼 해댈 테니까. 떠드는 그 소리는 참 시끄러운데 듣다보면 혼을 쏙빼놓는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해서 정신 똑바로 안차리면 내 코를 금세 베어가 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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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한번 한다. 귀를 막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OFF다. 앱으로 도배된 화면이 사라졌다. 검은 화면이다. 책략과 술수의 목소리들의 숨이 끊어졌다. 이제 고요하다. 오늘은 나를 지켰다.
-구채은, <출근하는 책들>, 파지트,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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