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금양'은 누구…배터리 소재 승부수 띄운 이들

STX, 리튬·니켈 핵심소재사업 확장
전고체 전해액 연구개발 동화기업

조선업을 기반으로 재계 13위까지 올랐던 STX의 지주사 (주) STX 와 국내 1위 목재회사 동화기업 은 공통점이 있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면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점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TX의 핵심 사업 부문은 종합상사다. 원자재 수출입과 에너지, 해운·물류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별로 보면 원자재 수출입 사업이 5620억원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에너지 사업(유연탄·석유 판매)은 1900억원, 기계엔진사업 860억원, 해운물류 340억원 규모다.

STX는 종합상사의 원자재 수출입 노하우 바탕으로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니켈 사업은 만 20여년 만에 빛을 봤다. STX는 2006년 세계 3대 니켈광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 투자한 이후 20년 가까이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니켈 매장량이 1억5000t 수준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를 선택, 지난 4월 현지 합작사를 설립키로 결정했다. 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지역 니켈 광산 지분(20%)도 인수해 내년 1분기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TX는 지난 6월 중국의 리튬 생산업체 ‘영정리튬전지’와 리튬 생산 및 판매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염호리튬 추출에서부터 정광, 정련, 수산화리튬 생산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공정을 구축, 리튬 소재 ‘업스트림(Upstream)’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STX는 현재 새 성장전략과 함께 기존 사업에 대한 재구성 작업도 진행 중이다. 물류해운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STX그린로지스)해,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과 물류해운 사업을 이원화한다. STX 관계자는 "인적 분할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으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그룹 출신의 강덕수 전 회장이 이끌던 STX그룹은 주력이던 조선업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분해됐다. (주)STX는 2018년 중국계 투자회사 APC머큐리에 인수돼 전문 무역상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1948년 제재소로 출발해서 국내 대표 목재기업으로 성장한 동화기업도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파낙스이텍(현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지분 90%를 1179억원에 인수하면서 전해액 제조업에 진출했다. 전해액은 양극재·음극재·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동화기업은 2019년 화학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전고체 배터리용 전해액 연구 국책과제업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차세대 고용량 양극활물질(NCM811)이 적용된 리튬이차전지 전해액 조성 개발을 완료하고, 대형 배터리 제조사의 검증 진행도 끝마쳤다.

'창업 2세'인 승명호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전해액을 포함한 화학사업군이 동화 제2의 성장동력임을 명실상부하게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보다 앞서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세간의 눈길을 끈 기업으로는 금양이 대표적이다. 세계 발포제 시장 30%를 점유하고 있는 금양은 작년 3월 '배터리 및 소재 개발,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면서 시장으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몽골과 콩고의 리튬 광산 지분 투자도 공시하면서 배터리 관련주로 자리 잡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