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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역사 뒤로한 채 백병원 폐원 결정…임직원·지자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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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적자를 이유로 폐원을 추진해온 서울백병원이 결국 8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다만 임직원들의 반발이 심한데다 서울시가 병원 부지의 용도변경을 금지하는 강수를 두겠다고 예고하면서 폐원 과정에서의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백병원 폐업 관련 이사회가 열린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 전경.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서울백병원 폐업 관련 이사회가 열린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 전경.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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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에 대해 만장일치 통과를 결정했다. 이로써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폐원 관련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서울백병원은 오는 8월 말 폐원이 예상된다.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결정한 건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원 측은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해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서울백병원의 적자를 부산, 상계, 일산, 해운대백병원 등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산하 다른 병원들이 메꿔왔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폐원안의 통과 이후 인제학원 측은 "서울백병원 전체 교직원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 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며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병원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임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백병원 노조는 폐원 결정 직후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개최에 맞춰 백병원 임직원들은 서울백병원 본관 앞에서 폐원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이사회 전날인 19일에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폐원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날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발족하고 "경영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 없는 폐원은 졸속"이라며 "폐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구성원들과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독선과 불통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백병원 폐업 관련 이사회가 열린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에서 폐업을 반대하는 직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서울백병원 폐업 관련 이사회가 열린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에서 폐업을 반대하는 직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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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울시가 이날 백병원 부지에 대해 용도변경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실제 폐원까지는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백병원이 중구 유일의 대학병원인 만큼 도심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도 서울백병원에 폐원을 만류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는 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해 용도 변경을 못 하도록 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내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열람공고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필요한 절차를 즉각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백병원 이외에도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 등 도심 지역에 위치한 4개 종합병원에 대해서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인제학원이 백병원의 폐원을 결정한 배경에는 교육부가 사학재단의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완화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백병원이 위치한 중구 저동이 도심 한가운데인데다 명동과도 가까워 병원 부지의 상업적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서울시는 종합병원 부지에 대해서는 매각이나 용도 전환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의 부지와 건물 운영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백병원에 앞서 서울 내 종합병원 중 중구 제일병원(2021년)과 동대문구 성바오로병원(2019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등이 문을 닫았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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