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지금 베니스에선]②"미래를 이해하는 단 한가지 방법, 과거를 성찰하는 것뿐"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박경·정소익 공동예술감독 인터뷰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을 앞두고 베니스는 연일 빗줄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우기가 아닌 베니스에 비가 계속 내린 탓에 각 국가관마다 전시 설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설치 소재 대부분을 현지 조달하던 한국관은 어려움 속에서도 개막 전날까지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다. 불안한 상황에도 오히려 현장에서 설치 준비에 한창인 박경, 정소익 공동예술감독은 “이런 일은 전시 준비하다 보면 늘 있는 일”이라며 웃으며 마지막 작업에 임했다. 다음은 두 감독과 일문일답.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박경 미 샌디에이고대 교수.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박경 미 샌디에이고대 교수.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비엔날레 전시 주제인 ‘미래의 실험실’과 한국관의 주제 ‘2086: 우리는 어떻게’는 어떤 접점이 있나?


▲박 : 메인 주제에서 ‘미래’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 또는 우리가 욕망하는 방향이란 측면에서 보면 예측 불가능의 영역, 불확실의 영역이다. 지금 인류가 마주한 환경위기도 과거 예상하지 못한 영역인데 우리 앞에 왔듯, 이제는 우리가 미래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믿음의 대상이 필요하고, 이를 과거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가 과거를 보고 믿어야 하나. 과거는 바로 오늘을 만든 주범이다. 미래를 이해하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은 우리의 과거를 성찰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우리 한국관이 생각한 ‘미래의 실험실’에 대한 답이다.

-전시는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와 게임으로 구성됐는데, 두 섹션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정 : 동인천 배다리마을, 전북 군산, 경기 안산에서 진행된 각각의 지역 특정적 사례로 전시된 프로젝트의 경우 꼭 이 지역만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도출하는 시사점이 좀 더 보편성을 띠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안산 사례와 같은 이주민에 대한 고민은 세계 어느 나라든 다 있고, 배다리마을의 보존과 재개발 갈등 또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어디든지 벌어지는 일이다. 군산의 빈집 문제 역시 이곳 이탈리아만 해도 남부에 유사 사례가 많은 보편적 현상이다. 이 문제를 지역, 국가에 국한하기보다는, 새롭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 내부의 문제를 다른 국가에 공유하고자 했다.

2023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전시된 경기 안산을 배경으로 한 '이주하는 미래' 설치작품. [사진 = 김희윤 기자]

2023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전시된 경기 안산을 배경으로 한 '이주하는 미래' 설치작품. [사진 = 김희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박 : 게임은 인간의 실제 컨디션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재의 환경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의 최종결과일 뿐이지 내가 쓰레기 하나 더 버렸다고, 내가 아보카도를 먹었다고 당장 환경적 지표가 오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관계를 인지하고 나와 이웃, 우리 선조들이 몇백년간 쌓아온 것이 이제야 폭발하고 있다는 자각이 생기면서 연관관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게임은 참여자가 질문에 따른 답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환경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로 전달돼 지표로 쌓여 게시된다.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지표로 드러나게 되는데 게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을 컨트롤하는 것 같은 환상을 주는 것이 작품의 목적이다.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정소익 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정소익 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본보기 아이콘

-전시 주제인 ‘2086: 우리는 어떻게?’에서 2086년은 UN이 전 세계 인구가 104억명으로 피크 아웃이 올 것이라 예상한 시기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꾸준히 인구 감소추세를 보이는 상황인데 어떤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지.

▲정 : 세 지역의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의 리서치 단계부터 키워드로 잡은 주제 중 하나가 인구문제였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인구감소로 저성장을 마주하게 될 텐데 지금 UN이 발표한 전 세계 인구가 2086년에 최정점이 된다는 말은 현재 인류의 문제가 가장 극에 다다르는 상황에 대한 상징적 발언이라 본다. 그 와중에도 국지적으로는 우리가 제시하는 문제들인 빈집문제, 개발 문제, 이민자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반복될 것이다.


한국관의 프로젝트가 의미를 갖는 것은 우리가 예측하는 상황이 올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실제 사례에 기반해 묻고 있는 점이다. 과거 인구에 대한 많은 미래 예측이 있었지만 그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었고, 상황에 직면해도 그에 맞게 환경이 변하며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 건축에는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역특정적 사례를 조감도처럼 보기보단 실질적 공간 체험을 통해 큐레이팅했는데, 미래의 변화를 촉구하기에 앞서 관객들의 내면 변화, 정신적인 영역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김호중 "거짓이 더 큰 거짓 낳아…수일 내 자진 출석" 심경고백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국내이슈

  • 이란당국 “대통령 사망 확인”…중동 긴장 고조될 듯(종합)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해외이슈

  • [포토] 검찰 출두하는 날 추가 고발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포토PICK

  •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