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충청·강원에 GW급 태양광 벨트 구축 추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도 LNG보다 싸게
재원·계통·간헐성 대책은 과제
"방향은 맞지만 공백 못 메우면 또 다른 미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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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발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공식 선언하며 대규모 에너지 전환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이라는 역대 최대 목표를 제시했지만, 정작 계통 확충과 재원 조달 등 실행 방안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제38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수립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핵심은 크게 다섯 가지다. 수도권·충청·강원권에 GW급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고, 영농형·수상형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보급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연계해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RPS 제도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 중심으로 개편해 발전단가를 낮추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충청·강원권을 중심으로 총 12GW 규모의 'GW급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화·화옹지구와 평택항·평택호, 태안·서산 간척지, 청풍호, 석탄화력 폐지 부지, 접경지역 등을 활용해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구축하고, 경기·강원 접경지역에는 '평화의 태양광 벨트'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들 지역이 전력 수요지와 가깝고 계통 여유가 상대적으로 커 송전망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단지·공장 지붕, 영농형·수상형, 도로·철도·농수로, 학교·주차장 등을 활용한 '4대 정책입지'를 통해 2030년까지 44.2GW 규모 태양광 설비를 추가 보급하고, 공동주택 200만 가구에 베란다 태양광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2035년까지 LNG보다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태양광 계약단가는 현재 ㎾h당 150원 수준에서 2035년 80원 이하로, 해상풍력은 330원에서 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행 RPS 제도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 방식 중심으로 개편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산 태양광·풍력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 10GW 이상, 풍력 터빈 생산능력을 연 3GW 이상으로 확대하고, 국산 기자재 사용 비율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의 배경으로 중동전쟁 이후 심화된 에너지 안보 위기를 들었다. 기존의 '원유·가스 수입 다변화'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국내 생산형 에너지(Home-grown energy)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계획안은 "에너지 안보의 핵심 목표가 얼마나 적게 수입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 전략 성격도 강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 10GW 이상, 풍력 터빈 생산능력을 연 3GW 이상으로 확대하고, 차세대 태양전지와 부유식 해상풍력 등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계획이 지나치게 '목표 중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스스로 기본계획에서 현재 재생에너지 보급이 각종 규제와 계통 부족에 막혀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 5차 기본계획 당시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11.4%였지만 실제 실적은 9.1%에 그쳤다. 과거 계획도 목표 달성에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목표 수준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가장 큰 한계로는 계통 문제가 지목된다. 재생에너지는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전기를 실어나를 송배전망 확보가 더 중요한데, 현재 수도권과 호남 일부 지역은 이미 계통 포화 상태에 가깝다. 정부도 "계통보강 투자와 접속절차 장기화로 재생에너지 수용 여력 확대에 제약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서는 송전망 확충 속도나 재원 조달 방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용 경쟁력 역시 과제다. 정부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글로벌 대비 태양광은 2.2배, 육상풍력은 3.2배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REC 가격 급등과 인허가 비용, 주민 수용성 비용 등이 누적되면서 시장 왜곡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장기계약 확대와 공동구매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국내 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다. 계획안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모듈 국산 제품 사용 비율은 2018년 72.5%에서 지난해 41.6%까지 하락했다. 보급 확대가 곧바로 국내 제조업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정책 민간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도 "방향은 맞지만 실행 설계는 여전히 물음표"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처음으로 2030년 100GW, 2035년 발전비중 30% 이상이라는 구체적 목표와 부지 계획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작 투자 주체와 재원 조달 방안, 재생에너지 간헐성 대응을 위한 ESS·양수발전 등의 구체적 확충 계획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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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민 체감형 보급 전략, 지방정부 권한 강화 방안, 녹색산업 육성·수출 전략의 부재도 아쉽다고 평했다. 연구소 측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시장이 알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공공이 선도하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며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가장 야심 찬 계획이 또 한 번 가장 아쉬운 계획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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