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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티베트인은 중국인 후손"…만물중국기원설 또 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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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 옛 티베트인 유전자 분석 통해 주장
지난 17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 게재
"인도 등 인근 지역과 달리 동아시아인들 후손"

히말라야산맥 등 티베트고원에 살고 있는 현대 티베트인들은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 연구팀이 동북아시아, 즉 중국 사람들의 후손들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티베트는 현재 중국의 지배에 맞서 신장ㆍ위구르 지역을 중심으로 독립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만물중국기원설'의 유전학 버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티베트 고원의 유적 29곳에서 발굴된 100~5100년전 사람들의 유골 89점을 수집해 유전자 시퀀싱 분석을 진행한 결과였다.

현대 티베트인. 자료사진.

현대 티베트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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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티베트고원은 히말라야 산맥 북부 약 250만 제곱킬로미터 지역에 위치해 있다. 고도가 매우 높고 건조하고 추운 곳이라 사람이 거주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선사 시대 때부터 인류의 거주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조상 간 근연종으로 알려진 데니소바인도 16만년 전 티베트고원에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3~4만년 전에 만들어진 석기들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 것도 초기부터 인류가 티베트고원에서 살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하지만 티베트고원에 언제 어디에서 온 누가 영구적인 정착지를 건설해 살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선 그동안 논란이 있어서 왔다. 기록물 상에는 고작 2500년 전부터 티베트고원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반면 퇴적물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손ㆍ발자국의 연대 측정 결과는 74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결과 이들 옛사람들은 현재 티베트고원에 거주하고 있는 티베트족, 셰르파족, 치앙족들과 강한 유전적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오래된 유골들의 유전자를 아시아 전역의 고대ㆍ현대 민족들과의 비교한 결과 현대 티베트 사람들의 조상은 동아시아 내지 동북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티베트고원의 남쪽에 위치한 인도 등의 경우 동부 유라시아(신장·몽골·만주 등)나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실제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에서 약 4700년 전 기존 정착민과 신규 유입자들간의 상호 교류 흔적을 확인했다. 이는 티베트와 중국 북동부에 해당하는 황하 상류 지역과의 교류의 결과물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특히 이 시기 약 700년간 동아시아에서의 유전자 유입이 확연하게 늘어난게 포착됐다.


푸 챠오메이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이같은 지역간 교류의 증거는 이미 도자기나 다른 공예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로 (중국과 티베트 사이에) 문화ㆍ지식 외에 인적 교류도 활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또 티베트에 정착한 사람들이 어떻게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적응했는지도 보여준다. 오늘날 티베트 주민들은 대부분 저산소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EPAS1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데니소바인들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골들에서 EPAS1 유전자 변이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500년 전의 유골들은 약 3분의 1만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었지만 1600~1700년 전 유골들에서는 60%로 보유율이 뛰었다. 이는 현대 티베트 사람들의 86%보다 낮으며, 최근까지도 자연 선택에 의해 티베트인들 사이에서 유전자 변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연구팀은 언제 이같은 EPAS1 유전자 변이가 최초로 발생했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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