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단속 예산 줄고, 국과수 회신은 느려지고…‘마약과 전쟁’ 역행
내년 마약 장비 예산 38% 줄어
다크웹 추적 등 노트북 추가 지급 필요
국과수 회신 9.1일→10일로
경찰 마약범죄 대응 한계 우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마약 장비 예산은 되레 줄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회신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수사에 차질을 빚으면서 마약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범죄 수사 관련 예산 현황’에 따르면 내년 마약 안전 장비 예산은 1억8700만원으로 올해(3억300만원)보다 3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시약검사 소변 채취 시 사용하는 니트류 장갑, 마약탐지기, 마스크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비 사업이 종료되면서 안전 장구 구매 관련 예산이 줄었다"며 "전용하면 좋지만 모두 전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불가피하게 줄인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 마약 수사 노트북 지급 예산도 1억500만원에서 3100만원으로 줄었다. 각 팀에 이미 한 대씩 지급이 완료된 상태에서 추가 지급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선 경찰들은 다크웹(특수 경로로만 접근 가능한 온라인 공간) 추적, 가상자산 분석 등을 하는 데 쓰이므로 추가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가상 자산 추적 시스템(9억3500만원) ▲간이시약기(3억7200만원) ▲국제회의 개최(3400만원) ▲국제회의 참석(6500만원) ▲해외 선진 마약 교육(6100만원) 등의 내년 예산은 동결됐다.
증액된 부분은 ‘비노출 차량 임차’ 부분에 그쳤다. 해당 예산은 마약사범들 검거 시 렌터카업체의 차를 빌려 운행할 때 사용되는 예산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종래에 포함되지 않았던 유류비를 추가한 것이다.
정 의원은 "말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정작 전쟁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찰청장은 마약 청정국으로서의 위상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예산 및 인력 확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정밀 감정을 담당하는 국과수의 회신 기간도 더욱 길어졌다. 2019년과 2020년 9.1일 걸리던 국과수 감정 1건당 회신 기간은 2021년 10일로 하루 더 늘었다. 같은 기간 마약 감정 의뢰 건수는 6만건대에서 7만건대로 1만건이나 늘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경찰, 국과수 등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과수 마약 전담 연구원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2명 증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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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경찰 예산이 대폭 증가하지 않는 것은 ‘차관급’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그에 맞는 위상을 정립하지 않으면 추후 예산·인력 충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예산뿐 아니라 다른 예산 역시 대폭 증가하는 경우가 없다"며 "적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사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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