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시 가뜩이나 안좋은데 금투세까지…설 곳 잃는 개미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명분도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유예해주세요"
얼마 전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이 청원은 일주일 만에 동의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 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금액(연간 주식의 경우 5000만원, 해외주식 및 파생상품, 기타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 구간은 20%, 3억원 초과 시 25% 누진세율로 분리과세한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이 2년 유예를 제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안대로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다음달 시작될 예산안과 세법 심사 과정에서 금투세 2년 유예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 내년 금투세 도입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야당의 논리는 이렇다. 금융투자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전체의 0.8%에 불과해 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금투세와 함께 도입되는 증권거래세율 인하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겐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단 금투세는 외국인과 기관 등은 부담하지 않는 오직 개인투자자들에게만 부과되는 과세라는 점에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야당은 개인투자자들 중 일부 '큰 손'들에게만 부과한다는 점에서 부자 프레임을 씌우는데, 개인투자자들보다 훨씬 큰 금액을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양도세 비과세 조치에 증권거래세 인하까지 누리며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잔액은 5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투세 도입의 함정은 또 있다. 금투세가 도입 될 경우 절세를 위해 하반기부터 주식을 내다파는 '연말효과'가 그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스피지수가 최고 3300포인트까지 갔던 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서가 아니다.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거래를 활성화시켜야하는데,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세금문제로 돈이 있어도 주식매매를 하지 않거나 미국 등 해외증시로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연말효과로 우리증시에 유입되는 유동성이 줄어들어 증시가 더욱 침체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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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는 1000만 개인투자자들의 민생이 걸린 문제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코스피는 다른 나라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심폐소생술을 해도 모자란 때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조치인 격이다. 여야의 정치적 논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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