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물가 상승률 14년 만에 2%대 진입 '4월 2.1%'
에너지 가격 상승·엔화 약세 때문…'소비 위축' 악재 우려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질적으로 약 14년 만에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온 만큼 2%대 소비자물가는 반길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되레 소비 경기를 위축시킬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4월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일본의 근원 CPI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당시는 소비세율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실질적인 근원 CPI 상승률 2%대 진입은 2008년 9월(2.3%) 이후 처음이다.
품목별로 에너지 가격이 19.1% 올랐고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 가격은 2.6% 상승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CPI 상승이 예상됐다. 에너지 비용 증가와 엔화 약세 여파로 일본의 4월 기업물가 상승률은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10.0%를 기록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늘어난 비용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감당하며 소비를 늘리는지 여부다.
하지만 지난 18일 일본 내각부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발표할 당시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0%에 그쳤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애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양호한 결과였지만 여전히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물가 상승이 수요가 견인하는 좋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따른 나쁜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현재 2%대 물가가 지속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오타 토모히로 애널리스트는 지난 17일자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와 식품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1.6%, 내년 1.9%로 여전히 BOJ의 통화정책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물가가 2%대에 진입했지만 BOJ가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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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 가쿠인대 교수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에서 현재 연말 엔화 가치를 달러당 140~150엔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가 달러당 150엔 이상으로 가치가 떨어지면 BOJ가 다소 걱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화가 마지막으로 달러당 150엔에 거래된 때는 1990년 8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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