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그때는 대접 달랐던 석패율, ‘좀비 의원’ 양산법 오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을 들였던 석패율제, 진보정당은 비판적…정치상황 바뀌자 석패율 인식 180도 달라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석패율제로 구제된 좀비 의원은 비례대표제 취지를 무색하게 할 것이다.”
2011년 4월7일 당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공동 주최한 ‘석패율제 올바른 정치개혁인가?’ 토론회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밝힌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석패율제에 대한 진보정당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석패율제가 지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석패율제는 특정 지역, 예를 들어 영남이나 호남 등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강했던 곳에서 아깝게 낙선한 의원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영남은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압승을 거뒀던 한국 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는 영남에서도 민주당 계열 정당이, 호남에서도 한국당 계열 정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자는 의미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험지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이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당시 진보정당이 석패율제를 비판했던 이유는 지역 대표성보다는 사회 대표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인식과 맞물려 있다.
사회 각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국회에 합류시키려고 할 때 지역구 돌파가 아닌 우회로를 열어주자는 얘기다. 지역구는 해당 지역에서 조직이 탄탄하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정치인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각계를 대표하는 이가 국회에 들어오려면 비례대표제가 유리할 수 있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사회 대표성은 아무래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당시 진보정당이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석패율제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이유다.
석패율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필요성을 제기했던 제도다. 민주당이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석패율제 도입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인 바람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석패율제에 대한 기류는 180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진보정당 쪽에서는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오히려 부정적인 기류를 드러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농성장에서 “지역주의 극복과 신인육성을 위해 제한적으로 검토된 석패율제를 느닷없이 '중진구제용'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반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석패율제를) 국민이 반개혁으로 받아들일 작은 소지라도 없는지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석패율 제도가 혹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는 없는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는 그대로인데 대접이 그때그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석패율 제도 자체에 대한 해석과 접근보다는 정치적인 유불리를 토대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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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이러한 모습은 선거제 개혁 논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혁의 상징성은 퇴색된 채 ‘권력 놀음’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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