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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보완" 한 발 물러선 국민연금…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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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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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문채석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이사 해임·선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영참여 주주권 가이드라인에 대해 '좀 더 보완하겠다'며 결론을 미뤘다. 주주권 가이드라인을 원안대로 확정·의결할 경우 재계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자 일단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재계와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29일 '8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참여 주주권 가이드라인은 의결되지 않아 추가적으로 논의키로 했다"며 "가이드라인을 다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연금은 횡령ㆍ배임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 이사에 대해 형이 확정되기 전에라도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주권 가이드라인을 기존대비 강화한 안을 지난 13일 공청회를 통해 발표했고, 이날 확정·의결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서까지 기업들의 경영권을 침해하려 한다며 재계가 공청회 이후 강하게 반발하자 이날 결론을 미루며 한 발 물러섰다. 박 장관은 "배임, 횡령 등 법위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한 것 관련 법원의 단계에서 1, 2, 3심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할지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의 시각이 다른 것 같다"며 "이에 대해 추가 논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추후 논의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재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 이은 지침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과 절차를 구체화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기금의 장기수익성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계는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날까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두 차례 녹실회의가 열린 것도 이를 감안한 조치다. 홍 부총리는 전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시장에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비치지 않도록 내용을 조율했다"며 "국민연금 기금위에서 이견이 없으면 (가이드라인 발표안대로)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 또한 이날 기금위 모두발언에서 "기업에 대한 자시법령에 따른 경영참여를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중점관리사안이나 예상하지 못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 기업과 함께 사전 충분 대화와 논의를 거친 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오늘 논의 후속조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경영권을 침해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 금융위원회가 한국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겠다며 고려대학교에 연구용역을 맡길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논리로 오랫동안 대응해왔지만 이번엔 더욱 강도 높은 불만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가 311곳, 10% 이상 보유 기업은 삼성전자(10.49%) 등 99곳이나 되는데 종전보다 경영참여 강도는 더 세지고 있는 꼴"이라며 "지난 3월 고(故)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부결 같은 '주총대란'이 내년에 국민연금 코드 시행 2년 차를 맞아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몰아치는 모습"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핵심은 횡령 배임 '혐의'가 있는 사내이사의 선·해임 관련 주주제안을 하겠다는 것인데 혐의만 가지고 주주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에서 사실상 집중투표제를 포함한 것으로 숙지한 상장사들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내년 주총시즌에 지난 3월 한진칼에 한 경영참여 주주제안 이상으로 강력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원회가 5%룰 관련 시행령 관련 사항을 매듭짓지 않은 상황이라 기업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를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강력한 주주'로 인식해 기업들의 우려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법보다 위에 있냐, 아래에 있냐가 쟁점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이 종전 법보다 더욱 강력하게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가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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