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향원정 아래에 도넛 형태 온돌 있었다

향원정 연도 노출 양상

경복궁 건청궁 앞쪽 연못 한가운데에 있는 보물 제1761호 향원정(香遠亭)이 도넛 형태로 가장자리만 온돌시설을 갖춘 건축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부터 진행한 향원정 발굴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향원정은 ‘향기가 멀리 퍼지는 정자’라는 뜻이다. 경회루와 대비되는 아름다움을 지닌 건축물로, 1867~1873년 세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사에서 1층은 온돌, 2층은 마루로 확인됐다. 온돌시설은 육각 정자에서 가장자리를 따라 축조됐다. 정확한 연도(煙道·연기가 다니는 통로)와 연기 배출구는 인공 바람을 만들어 보내는 풍동 실험과 연기로 공기 흐름을 파악하는 연막 실험으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연도가 향원정 기단 아래를 통과해 정자가 있는 섬 동북쪽 호안석축(護岸石築·호숫가에 돌로 쌓은 시설) 방향으로 연장된 것은 파악했다.

향원정 온돌 발굴조사 현황

조사 관계자는 “현재 남은 유구(遺構·건물의 자취)를 보면 아궁이에서 피운 연기가 별도의 굴뚝으로 나가지 않고 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졌던 것 같다”고 했다. “굴뚝 없이 연도만 설치한 사례로는 담양 소쇄원과 영주 소수서원 강당이 있다고 알려졌다”며 “사방이 트인 향원정은 조경 측면에서 마땅한 자리가 없어 굴뚝을 두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사진은 콘크리트로 덮인 온돌 바닥에서 얇고 넓은 돌인 구들장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인 고래둑은 발견했다.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머물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깊이 판 고랑(개자리)도 확인했다.

일반적인 온돌은 방바닥 아래에 고래 여러 줄을 놓아 전체를 데운다. 향원정은 육각형 가장자리로만 연기가 다니게 했다. 조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방에는 부챗살 모양 혹은 밭고랑처럼 일자형으로 고래를 만든다”며 “정자가 인공 섬 위에 있어 지반이 약하고 거주하지 않는 작은 건물이어서 가장자리에만 온돌을 둬도 내부에 훈훈한 기운이 퍼진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추정했다.

경복궁 향원정

조사에서는 향원정이 기울어진 원인도 드러났다. 정자를 받치는 기둥 여섯 개 가운데 동남 방향 주춧돌을 지지하는 넓적한 돌 ‘초반석’에서 균열을 발견했다.

문화재청은 지반 지지력이 약해지고 목재 접합부 또한 헐거워졌다고 판단해 2017년 향원정의 해체 및 보수를 결정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들과 연도를 복원하고 일부 부재를 교체한다. 아울러 옛 사진을 근거로 지붕마루 중심에 세우는 절병통과 외부 난간을 복원하고, 이완된 기단과 석축을 다시 조성한다. 남쪽으로 향했던 다리인 취향교(醉香橋) 또한 원위치인 북쪽으로 이전한다. 재개방 예정 시점은 내년 7월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