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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음이라]조사부터 구속까지…양승태가 남긴 3가지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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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음이라'는 법알못(알지 못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소소한 법 궁금증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법조기자들도 궁금한 법조계 뒷이야기부터 매일 쓰는 사건 속 법리와 법 용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26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생전 처음 구치소에서 생일을 맞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양력 1948년 1월 26일생으로, 이날이 71번째 생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우리 역사에도 여러 '처음'을 남겼는데,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되고,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또 발부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주요 인물들이 검찰에 소환될 때 통과의례처럼 여겨졌던 포토라인을 처음으로 거부했다. 또 입장 발표는 자신이 원하는 대법원 앞에서 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무엇보다 검찰의 조사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조서를 검토하는 데 보낸 최초의 피의자가 됐다. 이를 두고 '아직도 자신을 대법원장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제왕적' 모습을 보였다고 비난받은 양 전 대법원장의 행보는 아니러니하게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피의자는 응당 포토라인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걸까. 조서검토 시간은 제한돼 있는 것일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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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은 지나칠수도=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서 심경을 밝혔던 검찰청 포토라인을 거부했다. 대신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입장 발표가 끝난 뒤에는 차를 타고 검찰청으로 이동해 포토라인과 기자들의 질문을 '패싱(지나치다)'한 채 조사에 임했다.

포토라인은 당초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다. 1993년 검찰에 소환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순식간에 몰려든 취재진들과 뒤엉키면서 이마가 2cm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무질서한 취재 현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이듬해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포토라인 운영을 선포했다. 출입구 바닥에 삼각형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여놓고 취재 대상이 그곳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렇듯 포토라인은 취재진들의 준칙일 뿐, 피의자가 서서 입장을 밝혀야 할 의무는 없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5일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 논란과 관련해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이미 검찰 수사에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과 피의사실 공표, 심야 수사 3가지를 없애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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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발표는 원하는 곳에서=양 전 대법원장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고수했다. 당초 대법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가 허용되지 않자 정문 앞을 택했다. 이를 두고 '법원을 욕되게 한다'거나 '전관예우를 바라는 행동' 또는 '법원 내부 세력 결집' 등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회견 당일 시위대 등이 대거 집결해 일어날 사고에 대비해 서울중앙지검과 대법원 안팎에는 경찰과 검찰 소속 경호력 1500여명이 동원됐다.


양 전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변하겠다"며 다른 피의자들이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했던 말들을 자신이 입장발표 장소로 지정한 대법원 앞에서 했다.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길 바란다"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담긴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검찰의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내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법원을 한 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지난 6월에는 집 앞 놀이터를 기자회견 장소로 정해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응수하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단코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했었다.


◆조사보다 긴 조서검토=양 전 대법원장의 첫 소환조사는 금요일에 이뤄졌는데 심야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검찰은 자정 전에 그를 귀가 시키고 주말에도 연이어 조사를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첫날 조서검토를 다 마치지 못한 채 귀가했고 다음날 출석해 다시 조서 검토에 공을 들이면서 검찰의 조사일정도 미뤄지게 됐다.


검찰에 총 5차례 출두해 조사받는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은 27시간 동안 실제 조사를 받았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36시간을 심문조서를 검토하는 데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7시간 30분), 이명박 전 대통령(6시간) 등 주요 인사와 비교할 때 월등히 긴 시간이다. 조서를 꼼꼼히 분석해 검찰의 전략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책을 세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례없던 '조서열람' 시간에 '특혜' 논란까지 일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서 검토는 피의자의 권리인데 이를 행사하는 것을 지적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의자는 검찰 조사를 받고 나면 변호인과 함께 신문 조서를 검토한 뒤 본인 진술과 다르게 기재됐거나, 취지가 다른 부분 등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고치고 서명·날인한다.


법원은 지난 24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민사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의 재판에 개입하고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헌법재판소 내부기밀을 빼내 헌재와의 위상 경쟁에 활용하고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을 조성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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