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자 최순우 탄생 100년 '그가 사랑한 문화재'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미술학자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생전 아꼈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열린다.
최순우는 평생 한국미를 탐색하고 박물관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던 미술사학자이다. 1945년 개성시립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며 문화재 수집과 조사, 연구, 전시, 교육 등에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전쟁 중에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1965년 한일협정 후, 우리 문화재의 반환을 위해 애썼다. '한국미술오천년전'과 같은 국외순회전 등으로 우리 문화재를 널리 알렸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을 상설전시관에서 진행한다. 작품과 함께 최순의의 글이 곁들여진다. 예를 들면, 물가풍경무늬 정병을 두고 그는 “맵자하고(날씬하고 세련된 모양)”, 인삼잎무늬 매병의 바탕색은 “철채유의 깊은 맛이 마치 돌버섯과 이끼를 머금은 태고의 검은 바위 살결”과도 같다고 묘사한 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도자에 대한 최순우의 심미안과 해석은 인상적이다. 그는 분청사기의 추상무늬와 물고기무늬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20세기 화가들의 소묘와 같은 근대적 감각을 읽어냈다. 달항아리의 흰빛과 완벽하지 않은 원의 조형을 우리 민족의 어진 마음에 빗대어 풀어내기도 했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 예술에 담긴 순응, 담조, 해학, 파격, 소박, 품격, 조화의 미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작품 중에는 1층에 비치된 통일신라실의 돌함과 뼈단지가 있다. 1965년 한일협정을 계기로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온 문화재다.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조사를 담당했던 최순우는 이 뼈단지와 관련된 글을 쓰며 “신라인이 가진 형과 선에 대한 감각”을 높게 평가했다. 돌함과 뼈단지는 1967년 국보125호로 지정됐다.
2층 서화관에서는 '김홍도서첩', 김두량의 '긁는 개', 김명국의 '달마도', 나전칠 봉황 꽃 새 소나무무늬 빗접 등을 찾을 수 있다. 최순우는 '김홍도서첩'을 조사해 김홍도의 생몰년을 새롭게 밝혔고, 서첩에 포함된 '오수당(午睡堂)' 글자를 판각해 자신의 사랑방 현판으로 만들었다.
3층 조각·공예관으로도 작품들이 이어진다. 반가사유상, 철조불두, 물가풍경무늬 정병, 인삼잎무늬 매병, 연꽃 물고기무늬 병, 달항아리 등 15건이 있다. 그는 반가사유상(국보 83호)의 미덕을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슬픈 것 같이 보이지 않고, 미소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이라고 표현했다. 이 반가사유상은 최순우가 추진했던 국외순회전에 출품돼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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