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현대건설 인수전이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16일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의 치열한 경합이 일단락된 듯 했으나 끝이 아니었다. 그 후 두 그룹이 서로 맞고소한 데다 채권단끼리 다투고 기업과 채권단도 서로 싸우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제대로 현대건설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데는 무엇보다 채권단의 책임이 커 보인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그날 다른 채권자인 정책금융공사의 사장은 다른 소리를 냈다. 현대그룹이 자금조달 근거의 하나로 밝힌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1조2000억원 대출금에 대해 열흘 안에 소명자료를 내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주요 채권단 구성원 간에 사전 의견 조율 없이 한쪽에서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른 쪽에서는 '취소' 운운하니 한심한 일이다.

중요 사항이었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 때 걸렀어야 했다. 두 그룹이 각각 엄청난 분량의 제안서를 냈는 데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덜컥 현대그룹으로 낙점했었다. 보통 인수합병(M&A)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는 3일 이상 걸리는 점에서 불필요한 속도를 내다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실 심사'란 지적이 그래서 제기된다. 당초 예상보다 수조원이 커진 현대건설 매각 차익에 눈이 어두어진 때문이란 비판을 받아도 채권단은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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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현대차그룹의 행동도 지나치다.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를 문제 삼아 채권단인 외환은행을 걸고 넘어지고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계획을 당국에 조사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채권단의 결정을 기다렸어야 했다.

현대그룹이 자금조달 내역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다. 당초 '양해각서를 체결하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한 만큼 적극 소명해야 할 것이다. 국내 최대 건설업체의 인수전을 둘러싸고 대기업들과 채권단이 소송전을 벌이고 서로 비난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모두 한 발 물러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현대건설 인수작업을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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