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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방산기업 전역군인 취업자 조사] 중. 군간부와 방산기업은 '악어와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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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높은 전역간부 편법사용해 방산기업 취업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주력전차의 시험평가를 위해 현역 간부가 방산기업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날 현역 간부는 업체 임원 앞에서 한마디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업체 임원이 군복을 입고 있는 현역간부에게 "내가 몇 기인데, 당신은 몇 기냐"며 "내가 조사기관 00부대 출신인데, 간부들을 두루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하자 그때부터 주눅이 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날 평가자인 현역 간부는 전차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보다는 업체 임원에 이끌려 담소에만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현역간부는 "직속 선배를 내세워 반말을 쓰며 접근해 당황했다"며 "이런 식이니 정작 소비자인 군인으로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며 혀를 내둘렀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군간부와 방산기업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병전투장갑차를 만드는 K상무는 육군 준장 출신으로 지난 2008년 6월에 제대해 그해 7월에 D기업에 입사했다. K상무의 제대전 소속부대는 교육사BCTP단이다. 그는 대령시절에는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기획2과장을, 준장시절에는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계획처장으로 근무했다.

K상무가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기획2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보병전투장갑차사업은 차기 보병차량(IFV)연구개발 타당성 검토가 진행중이었다. 더욱이 그가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계획처장으로 근무했을 당시에는 차기보병차량(IFV) 사전분석연구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그가 당시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입사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D기업 관계자는 "K상무의 경우, 정식절차를 받았기 때문에 입사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취업이 제한되는 기간을 어긴 것도 아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이 진행될 당시 관련된 업무를 한 것으로 판단되고, 당시 직책이 업체에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면서 그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10대 명품무기 대열에 오른 D기업의 보병전투장갑차가 설계상 치명적 결함으로 수상운행 중 사고가 났을 때도 문제가 불거졌다. K21전차는 지난 1999년말부터 10년간 910억원을 투입했지만 설계과정부터 자문 역할자의 미흡과 양산전 관련기관 업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함이 발생하는 바람에 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 군당국의 분석이다.

이와관련, 지난 9월 이선철 전력자원관리실장이 주재한 K계열 궤동장비 종합대책회의에서도 기관별 업무협조 미흡 등 문제점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탐사보도-방산기업 전역군인 취업자 조사] 중. 군간부와 방산기업은 '악어와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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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전 무기도입 사업과 관련부서에 근무한 경력때문에 방산기업에 입사하지 못하자 편법을 동원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기업 J상무는 현역시절 무기도입 사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제대를 앞두고 관련 업체인 H기업에 취업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편법으로 H기업 계열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서류상 소속만 계열사일뿐 업무는 사실상 H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간부는 전역전 근무기간에 따라 직업보도 교육도 받을 수 있다. 10~12년 근무한 전역자는 5개월, 30년 이상 근무한 전역자는 12개월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교육기간 중에는 군인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겸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K상무는 직업보도교육기간에 편법으로 취업을 했다. 그러다보니 취업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역 5개월을 앞두고 받게될 근속훈장이 직접적 요인이 됐다. 30년 이상 군생활을 해온 K상무에게 근속훈장은 명예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편법 취업 사실이 알려질 경우 훈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산기업의 한 관계자는 "간부급 전역군인이 제한기업에 취업할 때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방산기업과 취업 당사자간에 주로 이뤄지므로 세세한 사항은 물론 비밀에 부쳐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식으로 편법을 동원해 방산기업에 취업을 해도 군조직 문화에 익숙한 전역군인의 경우, 기업 업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영관급 출신의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군보다 더 냉혹한 것은 기업들의 이윤추구 문화"라며 "해당사업을 추진하려 먼저 손짓해 전역 군간부를 입사시키지만 해당사업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과감히 칼로 도려내는 곳이 바로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본지가 조사한 65개 방산기업에 취업한 간부급 전역군인 현황에 따르면 전역군인 취업에 걸린 시간은 4년 5개월 21일이 소요됐지만 계급이 높을수록 취업에 소요된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하사출신이 취업하는데 걸린 시간은 7년 8개월 8일, 중사 는 7년 3개월 22일이 걸렸다. 하지만 간부급은 확실히 달랐다. 중령은 1년 10개월 23일, 대령은 1년 4개월 11일만에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인원 중 1년 이내에 취업을 성공한 군인은 429명이며, 이 가운데 고위급 간부로는 소장 6명, 준장 23명, 대령 71명, 중령 89명이 포함돼 있다.

또 방산기업의 대부분 자리는 영관급 이상 장교들로 채워졌다. 계급이 낮을수록 취업의 문도 좁아지는 추세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취업자 가운데 중령으로 제대한 군인이 전체 17%로 140명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소령 126명, 하사 116명, 대령 102명, 중사 98명, 중위 78명 순이었다. 이어 대위 46명, 준장 30명, 준위 28명, 상사 15명, 소장 13명, 소위 6명, 원사 5명, 중장 2명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군복무 기간은 15년 11개월 2일이었다.

단기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앞둔 한 예비역 중사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입대했지만 더 이상의 비전이 없어 제대를 신청했다"며 "취업박람회를 돌아다녀봐도 장교와 사병출신은 이력서조차 따로 따로 갈라놓는 것을 보고 허탈감을 느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간부급 전역군인들은 전역전 부대가 무기도입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부대라도 현역시절 특정무기 도입에 관련된 업무를관장하다가 해당 방산기업에 근무한 사람도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군 제대전 3년동안 관련업무만 하지 않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기도입은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현역시절 관련 업무를 했더라도 전역 후 업체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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