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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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석연 기자, 김도형 기자]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과학기술과는 좀 거리가 먼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말한다.


"구급차가 '쌩'하고 달려가면 점점 소리가 작아지는 이유를 아세요? '도플러 효과'라는 거예요. 머나먼 별의 존재와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 쓰입니다." 친절한 40대 과학 선생님처럼 그는 아이들에게 336쪽 분량의 '물리와 함께하는 50일'(북로드)이란 물리학 입문서를 읽을 것을 권했다. 장관이 된 이후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책은 '물질과 운동' '파동의 날개 아래' '양자라는 수수께끼' '원자 쪼개기' '시간과 공간' 등 모두 5개 분야 50개 파트로 기본적인 물리학 이론을 풀어내고 있다. 리처드 파인만 등 비교적 신예 학자들의 이론까지 다루면서도 어렵지 않은 책이다. 이 장관의 한 측근 인사는 장관이 이 책 이외에도 '미래를 들려주는 생물 공학 이야기'(생각의나무)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코리브르) '기술혁신의 경제학'(생능) 등도 함께 읽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호-곽노현, 두 교육수장의 ‘독서대결’ 원본보기 아이콘

이 장관의 책읽기는 이렇게 보약을 먹는 방식이다.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의 일을 하려면 관련 책부터 찾아 읽는 스타일이다. 이런 책읽기 방식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15년전 쯤으로 돌아가 보자. 그가 교육계에 처음 이름을 내민 것은 지난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다. 당시 박세일 위원장의 강력한 천거가 한몫을 했다. 이 장관의 교육사랑은 운명적으로 이때부터 찾아왔다.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뒤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낼 때만해도 경제 현실을 모르는 교육판에 답답함을 느꼈을 그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보고 '교육'은 모르고 '시장'이나 '경쟁'만 아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오기가 났을 만도 했다. 10년을 매달렸다. 그런 노력은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건조성 방안'(한국경제연구원)이란 책으로 고스란히 담겨 나왔다. 2005년 1월 이야기다. 김대유, 이인규, 이종태 등 진보 진영 사람들에게도 귀를 열었다. 이주호를 교육계의 거목으로 만들어 준 결정적인 작업은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학지사)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2006년 11월의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부분 이 책에서 거론된 것들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학교 다양화와 자율형 학교, 입시 자율화, 교장 공모와 교원평가제도 등의 정책이 여기서 나왔다.


이 장관은 '교육' 전문가라는 브랜드를 이제 설동근 제1차관에게 넘겨주고 '과학기술' 전문가라는 새 브랜드 개척에 나섰다. 40대 장관에 60대 차관. 설 차관도 장관 하마평이 있긴 했지만 '깜짝 인사'였다. 16개 시ㆍ도 교육감, 특히 '진보 교육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약을 먹는 듯 한 읽기 스타일은 인사에서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나타난 것이다. '부산발 교육 혁명'을 주도했던 3선의 원로 교육감이라면 뻣뻣한 새 교육감들에게도 '나처럼 개혁해 보았느냐'며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기대에 부응하듯 설 차관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 젊은 감각을 발휘해 몸에 딱 붙는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부산 시절부터 그를 알고 지내던 기자들은 무엇보다도 새까맣게 염색한 그의 머리카락에 놀라기도 했다. 이 장관의 과학 책읽기 방식이 불편한 동거를 이뤄온 교육계와 과학계의 통합에 어떤 기여를 할 지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장관이 과학계의 보고서가 올라오면 읽지도 않는다'는 얘기까지 퍼져 나오는 곳이고 보면 이 장관의 노력은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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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책읽기는 이 장관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이 장관이 부족한 것을 채우는 읽기 방식이라면 곽 교육감은 같은 생각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챙기는 스타일이다. '인문학 박물관에서'(인물과사상사)가 그것이다. 곽 교육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며 일독을 권했다. 그는 "진중권 씨를 비롯한 논객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볼만하다"며 "대학과 학문, 인문학 등 교육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진중권 씨를 비롯해 홍윤기, 김정인, 김한종, 전재호, 한홍구, 김창남, 이영미, 김경일, 김동춘, 신승철, 우기동 씨 등 12명의 인문학자들이 서울 종로구 계동 인문학 박물관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말도 안 되는 좌우와 보수ㆍ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념을 과감하게 깨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좌, 저렇게 하면 우, 이건 진보, 저건 보수 하는데 저는 이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인문가치를 실행하는 것, 이것은 보수도 진보도 찬성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굳이 구태의연한 좌우이념의 시각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우기동 경희대 교수)


이주호-곽노현, 두 교육수장의 ‘독서대결’ 원본보기 아이콘

우 교수의 대담 내용은 곽 교육감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같았다. 그는 최근 도림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구병 교수의 '잡초는 없다'(보리)란 책을 인용해 자신의 교육관을 밝히기도 했다. 모두 진보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곽 교육감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책들이다. 곽 교육감은 교육감이 되기 전에 통인동의 '길담서원'에서 인근 시민단체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가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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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동지적인 만남을 중시하는 곽 교육감의 읽기 스타일은 서울시교육청의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비서실의 역할이 훨씬 막강해진 것이 그것이다. '비서실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원래 교육감 비서실의 인원은 5명에 불과했지만 곽 교육감은 취임 후에 5명을 더 불러들였다. 교육감 선거 기간 중 공보 특보로 맹활약했던 박상주씨는 비서실장으로 영입됐다. 전교조 출신으로 전 이화여고 교사인 이형빈씨와 메가스터디의 인기 강사 출신인 교육평론가 이범씨도 7급 공무원으로 역시 비서실에 입성했다. 14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선행학습 추방 정책은 오롯이 그의 머리에서 입안됐다. 사교육을 아는 사람을 사교육 사냥꾼으로 내세운 것이다.


"전교조 선생이든 교총 선생이든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한 교장선생님의 말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 사람은 이주호 장관이다. 책읽는 방식이 다르고 가는 길은 달라도 이 장관과 곽 교육감의 목표 도달 지점은 같은 셈이다. '잘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황석연 기자 skyn11@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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