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다시 1800..트라우마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04년 7월 700대 초반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3년만인 2007년 7월 2000을 넘어섰다. 한국증시 수상승의 화수분 역할을 하던 외국인은 팔았지만 펀드열기로 자금력이 탄탄해진 기관이 대세상승을 주도한 결과였다.
지수가 3년만에 3배가 되면서 펀드 투자자들도 대박이 났다. 지수 2000시대와 맞물려 펀드 열기는 펀드 광풍으로 바뀌었다. 몇년간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에 대한 환상, 주식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운용하니 내가 직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잘할 것이라는 믿음,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이란 조급함 등이 겹치며 너도 나도 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모두가 흥분할 때가 꼭지라는 증시격언은 3년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 시대를 넘어 3000까지 갈 것이라는 기대는 이내 무너졌다. 2007년 11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지수는 이듬해 1분기 1500선까지 무너졌다. 2분기 1800선을 잠시 회복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곧바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불거졌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1000선도 무너졌다. 대박 기대감으로 가입했던 펀드는 애물단지가 됐다.
2010년 9월10일. 2년3개월만에 1800을 돌파했다. 2008년 10월, 장중 최저점인 892.16에서 기준점을 잡으면 1년 10개월만에 지수는 이른바 '따블'이 났다. 지수만 놓고 보면 충분히 흥분할 만한 상황이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외변수가 호전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불안을 내포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고점에서 물렸던 기억을 지우기엔 3년이란 시간은 짧다. 증권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1800대에서 펀드환매 대기물량은 2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불안요인을 극복하고 1800선을 돌파한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00 돌파의 직접적 배경은 미국 매크로 지표의 호전때문이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청구가 선전했고 무역적자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1800선 등정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강세에 한몫했다. 본드 버블의 시대라 불릴 정도로 사실상의 제로 금리에서 파생되는 유동성이 주식시장의 강세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른 형태의 자산과는 달리 채권 가격이라는 것이 무한정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본드 버블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금리 하락으로 인해 유동성이 파생되고 이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
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금리 기조와 이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는 환경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며 당분간은 유동성을 향유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과거 1800대와 달리 기업들의 이익수준이 높아졌고 PER(주가수익비율)이 낮아져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긴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업들의 이익은 다시 한단계 '레벨-업' 됐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IT버블 이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 주요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 수준은 10조원 내외의 수준을 보였고, 2004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는 15조원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기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돌파했으며 3분기실적 전망은 24.8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 PER은 8.7배 수준이다. 과거 코스피가 1800대였던 2007년 6월과 2008년 6월은 각각 12.4배, 11.2배였다.
유동성과 기업이익이란 측면을 감안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펀드 환매는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하지만 1800선에서 추가상승하더라도 기대폭이 크지 않음을 감안할 때 1800선에서 환매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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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사자' 세력과 '이 정도면 됐어' 하며 환매와 차익실현에 나서는 세력간의 치열한 공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정권 교체 후 악화만 돼 가던 남북관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수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해묵은 테마인 남북경협주에도 잠시나마 햇살이 뜰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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