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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 정부 70년말 북한의 해외진출 차단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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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78년 FAO(유엔식량농업기구) 상주대표부를 설치할 당시 우리 정부가 북한 대표부의 설치 및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조상호 주 이탈리아대사는 본국에 북한의 상주대표부 설치와 관련된 동향을 수시로 보고했다. 당시 남북 체제대치적 상황을 반영하듯 모든 문서에서 북한을 '북괴'로 지칭한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1977년 11월 FAO 총회에서 회원국으로 가입한 후 로마에 FAO 상주대표부 설치를 추진했다. 당시 이탈리아와 외교관계가 없는 FAO 회원국으로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사례는 북한이 유일했으나 FAO 측은 상주대표부 설치를 허가했다.

이에 주 이탈리아대사는 이탈리아 외무부와 접촉, "북한이 대표부 설립시 주재 목적에 벗어나는 정치활동을 할 우려가 많고, 대남 비난 등 선전활동을 전개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설치를 허용하더라도 주재 인원을 최소화할 것과 FAO 밖에서 정치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제한 요건을 둘 것을 요청했다.

북한 측은 2월28일 상주대표부에 ▲ 대사 공사, 2명의 기술직, 통역관 2명 등 6명의 외교관을 두고, 1명의 운전사 상주 ▲ 대표부 직원 숙서가 붙어있는 사무실 1개 확보 ▲ 4대의 차량 수입 ▲ 4월부터 대표부 개설 등을 요청했다.

이에 4월 3일 이탈리아 외무부는 ▲ 북괴 상주대표부 활동은 FAO 본부 설치에 관한 협정에 명시한 범위 내로 제한 ▲ 동 대표부 요원 2명에 대해 외교관 신분을 부여하고 나머지 5명에 대해선 행정요원 신분 부여 ▲ 4대의 차량 구입은 가능하나 외교관 번호판은 2대에 한해 공여하겠다고 회신했다.

북한 측은 이같은 회신에 불만을 품고 당초 요구를 다시 이탈리아 정부에 요청할 것을 FAO 측에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외교관 신분을 몇명에게 부여할지의 문제는 계속 쟁점이 됐다.
같은 해 6월 상주대표부 요원은 ▲ 상주대표 황훈 ▲ 2등 서기관 김진일 ▲ 농업전문가 이철일 ▲ 행정요원 이웅질 (이탈리아어 구사) ▲ 운전사 마성건 등(총 외교관 신분 2명과 행정요원 3명)으로 구성되고 황 대표는 9월에 현지에 도착한다.

이어 11월에 북한은 새롭게 파견될 2명의 요원 중 1명을 외교관 신분으로 요청했으나 우리 측은 이탈리아 측이 이같은 북한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도록 접촉을 계속했다.

우리 측은 이탈리아 외무부 정무국장을 만나 "북한 측 외교관 신분 소유자를 현재 2명에서 더 증가시키는 것은 그들의 목적이 FAO 대표 증원보다는 이탈리아내에서의 북괴 활동 요원의 증원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 문서에는 11월 20~21일 열린 각국 대표 설명회에서 남북 대표가 처음 만난 일도 소개돼 있다. 휴식시간에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황훈 대사가 우리측에 접근해 우리측에서 인사나 하고 지내자고 제의해 악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황훈은 비교적 사교적이었으나 김진일은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고 묘사돼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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