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집을 팔겠다는 사람 뿐이다. 사는 사람이 없다. 시장은 실종됐다. 그런데도 집을 산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같은 난국 속에서 용감해보이기까지 하다. 이들은 "물건이 적당하고 가격도 맞아서 샀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매수자의 시대"라고 말한다. 실제 가격이 30∼40% 가량 떨어진 물건이 수두룩하다. 수요자들은 매수 타이밍을 잡기 위해 관망 중이다. 가격 흥정하기도 좋고 조건도 유리한데도 그렇다.

이런 판국에 요즘 집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집을 샀을까. 집 산 사람들의 특징은 지금이 매수 시기라는 판단한다는 점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식들에게 증여하기 위해 집을 사는 경우도 있다. 집을 구입한 실수요자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 '위기를 기회로'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룬 신효명 씨
"보증금도 못챙길 뻔 했습니다. 하지만 기회로 생각했죠."

신효명(42)씨도 올해초 내 집 장만에 성공했다. 그것도 자신이 살던 전세집을 싼 값에 얻을 수 있었다. 집을 장만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년전부터 서울 잠실에 소재 109㎡ 아파트에 전세 살던 신 씨는 지난해 10월경 전세를 빼달라고 집 주인에 요청했다. 보증금 2억원이지만 집주인은 난색을 표명했다. 사업 자금에 시달리던 집주인은 대출 한도까지 자금을 빌려 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매될 경우 선순위 은행 대출 3억원까지 생각한다면 보증금까지 날릴 판이었다.

신 씨는 고민에 빠졌다. 이 때 신 씨의 아내가 고민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아내는 경매될 경우 보증금도 못 받을 것 같다면 집을 아예 사버리자고 제안했다.

신 씨는 다시 집주인을 찾아갔다. 어차피 지금 같은 시기에 집을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 자신에 팔 것을 제안했다. 최고 높을 때 가격은 10억원대이나 최근 가격이 떨어져 시세가 7~8억원 수준.

집주인은 신 씨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이미 매물로 내놓은 집이라서 협상은 순조로웠다. 집주인은 몇개월 집 파느라 허송하느니 차라리 다소 싸게 팔아 사업 자금도 마련하고, 집도 처분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해 6억원에 집을 넘겼다.

진선미 부동산써브 팀장은 "경기 하락으로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서 전세입주자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매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살면서 집의 가치와 주변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세집을 집주인과의 협의를 통해 싼 가격에 사는 것도 좋은 매수 전략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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