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패권경쟁 심화·경기 침체…현실적 선택
CPI 2% 안팎…재정적자율 GDP 대비 4%
국방비 7% 증액…5년 연속 7%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의 하단을 4.5%까지 내렸다.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5% 안팎'의 성장률을 목표치로 제시했으나 올해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의 기술·무역 패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높아진 경기 하방 압력이 목표치 조정의 원인으로 꼽힌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로 발표하며 "실제 업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제시해온 '5% 안팎' 목표에서 한발 물러난 수치이자 1991년(4.5%) 이래 가장 낮은 목표치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5% 안팎→4.5~5%…대내외 여건 악화에 부담 커져

중국은 2023년부터 지난 3년간 '5% 안팎' 목표를 제시해왔다. 이 기간 실제 성장률은 5.2%, 5.0%, 5.0%를 기록하며 목표에 부합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이후 내수 및 부동산 경기 침체가 뚜렷해졌다. 지난해 3, 4분기 성장률은 각각 4.8%, 4.5%를 기록했다. 올해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방으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무역 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부담스럽다.

일각에서는 올해가 15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라는 점을 들어 5% 목표치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대내외 경제 장애물을 고려해 목표를 유연하게 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단을 낮출 수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전날 중국 관영 경제지 증권시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성장률 목표치를 4.5~5% 범위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콩 명보도 양회에 앞서 '전국 31개 성·시 중 21개가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낮췄다'며 "올해 목표는 4.5~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도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4.5~5%대 성장률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4.5%, 4.4%, 4.4%로 전망한 바 있다.

리 총리는 "성장률 목표는 2035년 장기 목표와도 전반적으로 연결되며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 잠재력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창슈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기조를 약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실용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경기 부양책이 강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란 전쟁 발발이 상당한 하방 위험을 더하고 있다"며 "4.5~5%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성장률 목표치를 낮추면 중국이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개혁을 시행할 수 있는 유연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CPI·재정적자율은 전년 수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는 2%로 제시했다. 지난해 CPI 목표치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2%로 낮춘 바 있는데, 이와 동일한 수준이다. 중국의 지난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재정 적자율 목표는 GDP 대비 약 4% 수준이다. 지난해 재정 적자율 목표를 1994년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3%에서 4%로 상향한 뒤 이를 유지했다. 올해도 내수를 촉진하는 각종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당국이 당장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수요 촉진을 위해 재정 지출을 계속 늘릴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올해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는 해"라며 "경제 구조조정과 위험 방지, 개혁 추진을 위한 여유를 확보하고 향후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올해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 증액한다. 5년 연속 7%대로 잡았으나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중국은 국방비를 2021년 6.8%, 2022년 7.1% 증액한 뒤 2023년부터 4년 연속 7.2%씩 확대해왔다. 다만 블룸버그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실제 지출은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D

실업률 목표는 5.5%, 신규 고용은 1200만명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설정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