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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정치]법치주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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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정치]법치주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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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언급했을 때 한동안 그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소련의 종말, 동유럽 자유화로 상징되는 공산권의 몰락은 곧 자유민주 체제의 세계화로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먼 이야기가 됐다.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 등 극우 정당이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체제의 미국은 이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학자들은 과연 민주주의가 최상의 제도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이 발동되는 현실이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원에 대한 폭력적 공격,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은 이미 우리나라의 체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22~23일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62.6%만이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낫다"고 답한 것이 상징적이다. 8년 전에는 84.3%였다. 20%포인트가 빠졌다. 30대 남성도 64.3%만 긍정했다.

탄핵 국면에서 질서 있는 퇴진, 법 절차에 따른 집행은 위협받고 있다.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국민을 이끌어갈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국민'보다 '권력'에 집중한다. 말로는 '국민'을 말하지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권력을 빼앗을 수 있느냐'가 그들의 관심사다. 나라의 권위, 사회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상식적이었던 것들이 어느새 상식적이지 않은 나라가 돼가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 받으며 자부심 뿜뿜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기존 질서가 신뢰를 얻지 못하니 '법보다 국민'을 말하는 포퓰리스트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계엄탄핵 국면을 거치며 존재감을 보였고, 세력을 확장했다. 확실히 전과 다른 국면이 펼쳐졌다. 이들은 자신이 국민의 대변자라며 반대파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다. 참된 민주주의 신봉자라며 다른 이들을 배격한다.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국민 통치'를 부르짖는다. 기존 체계를 부정한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그 속에 법치주의와 다양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자유, 반법치적이다. 끝없는 갈등의 정치, 진영화 된 세력화가 자양분이 됐다.


취약한 체제를 파고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유튜브는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심화했다. SNS는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허물었다. 최소한의 전달 비용으로 세력을 규합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여과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깔렸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가짜뉴스와 각종 혐오 발언, 편 가르기는 빠르게 활성화했다. 변화된 환경은 포퓰리스트들에게 무기를 쥐여줬다.

지금 같은 탄핵심판 흐름이면 3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고 이후 우리 사회가 화합과 통합을 통해 중심을, 질서를 잘 잡아갈 수 있느냐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부터 법치주의를 확고히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법원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라. 안 그러면 혼돈이 지속될 것이고, 나라는 방향을 잃을 것이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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