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할수록 적자인데 정부 지원금마저 축소"…달빛어린이병원 포기하는 이유
[인터뷰]이홍준 김포아이제일병원 대표원장
소아 야간진료, 의료진 피로 가중되는데 비용은 눈덩이
의료대란 속 응급환자까지 몰려…"지정 반납 고심 중"
지난 18일 오후 6시 경기 김포시 김포아이제일병원. 보통 병원이라면 진료 접수를 마감할 시간이지만, 이곳 대기실엔 마흔 명이 넘는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파서 칭얼대는 아이와 진료실 안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기침소리가 뒤섞인 전형적인 어린이병원의 모습이었다.
18일 오후 6시께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경기 김포시 김포아이제일병원. 환자와 보호자 40여명으로 진료 대기실이 북적이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이곳은 정부가 지정·운영 중인 전국 95곳 달빛어린이병원 중 하나다. 18세 이하 경증 소아 환자가 평일 야간 또는 주말, 공휴일에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이다. 일반 병·의원이 문을 닫는 시간, 갑자기 열이 나거나 토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환아들이 종합병원 소아응급실로 몰려 정작 위급한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14년 시작 당시 8곳이었던 달빛어린이병원은 2022년 31곳, 지난해 57곳, 올해는 95곳으로 증가했다.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정작 달빛어린이병원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상·하반기 두 번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탓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최근 확인한 8곳의 달빛어린이병원 가운데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전혀 지급받지 못한 병원이 3곳, 일부만 받은 병원도 3곳이었다.
이홍준 김포아이제일병원 대표원장은 "처음부터 적자 운영과 관리상의 어려움은 뻔히 예상됐던 일이라 그동안 정부의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요청을 받고도 계속 거절해 왔다"며 "결국 올해 초 운영을 시작했지만 약속된 지원금은 일방적으로 축소됐고 그마저도 제때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금으로선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반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이미 교부했고, 내부 확인 절차가 길어져 보조금이 지급되지 못한 곳이 있으나 이달 중 마무리될 것"이라며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이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예산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 43시간 이상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결심했던 배경은?
▲몇 해 전부터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으나, 상황이 여의찮았다. 올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공백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다. 막상 달빛어린이병원을 열고 나니 이곳이 마치 응급실인 줄 알고 찾아오는 중증 소아 환자들이 많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시켰지만 밤에 다시 돌아오는 중증 환자, 경련하는 환아 등을 봐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경증 환아를 받는 병원에 중증 환아가 오면 병원의 거의 모든 인력이 한 환자에게 붙어야 한다.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경증 환자 보호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현재 운영 인력과 내원하는 환아 규모는?
▲최소 의사 1~2명과 간호사 3명, 주사실 2명, 검사실 1명, 엑스레이실 1명, 원무과 3명 등 10명가량이 근무한다. 환아는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간절기 등 성수기엔 하루 40~50명, 비성수기엔 20~30명 정도다.
-적자 운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시 일 년에 1억6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환자 한명당 1만6679원의 추가 지원금을 받는다. 그런데 경기도의 한 소아청소년병원의 경우 달빛어린이병원 인건비로만 한 달에 640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다(소아청소년병원협회 자료). 이 병원이 평일 야간에 약 40명, 주말에 10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달빛 수가 총액은 2850만원이다. 달빛 수가 외 환자 진료비 총액은 2400만원가량인데, 그러면 매월 12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병원도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적자뿐 아니라 관리상의 어려움, 직원 피로도 가중도 문제다. 밤늦게까지 또는 주말에 일하고 싶은 근로자는 없다. 병원 특성상 여성 직원이 많은데, 밤 11~12시에 끝나는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들을 개별 면담해 일일이 부탁하고 원하는 바를 최대한 맞춰주려 한다.
-약속된 국고 보조금을 받지 못했나?
▲지난달 김포시에서 갑자기 약속된 보조금 지원급액을 축소한다는 공문이 왔다. '일부 의료기관의 운영형태 변경'이 이유였다. 하지만 김포시에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세 곳은 지난 1월1일부터 단 한 번도 운영형태를 바꾼 적 없다. 통보 과정에서 병원과 혹은 소아청소년병원협회와 논의하거나 설명을 해주지도 않았다. 지급도 미뤄지고 있다. 당초 상반기와 하반기로 두 번에 나눠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오늘(18일) 기준 4분의 1밖에 수령하지 못했다. 애당초 달빛어린이병원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 등 돈이 먼저 들어가는데, 보조금을 선지급이 아닌 사후 지급하는 것도 현장을 잘 모르는 행정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반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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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중이다. 우선 병원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현재 의료진의 피로도도 극에 달했다. 반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메리트는 적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근무 여건과 병원의 지속 경영을 위해서는 그만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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