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무엇이 달라졌나

관세·희토류·반도체…불확실성 제거
완전한 탈동조화 불가 '관리형 휴전'
대만 문제 콕 짚은 中 '실질적 승자'
美 반도체 해제 엔비디아 최대 수혜
韓 기업 부담이자 기회 새 전략 짜야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한 것 외엔 특별한 이슈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에서 도출된 무역전쟁 '휴전 합의'의 연장선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내년 '집권 4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미국과의 관계가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이런 사정들이 회담의 향방이 정해지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정인교의 트레이드 오프]견제 대신 관리…안보보다 경제가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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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회담에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민감 이슈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겠지만, 그동안 여러 정상회의에서 문제시됐던 돌출 발언도 없었다. 다만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못 박아 주목을 받았다.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번 회담에서 미·중은 충돌 비용을 계산해 협상 쟁점을 대폭 줄였다고 볼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회담 전날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에서 전격 회동한 사실 역시도 무난한 회담을 위한 최종 조율 목적의 성격을 띤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본다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과거에 비해 몇 가지 큰 차이점들이 있다. 먼저 이전 미·중 정상회담들이 관계 복원, 원칙 선언, 또는 상징적 돌파구를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양측이 회담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위험관리형으로 회담을 설계했다. 이번 회담은 관세·희토류·반도체 등 공급망 병목을 풀기 위한 거래가 중심이 됐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둘째, 이전 정상회담은 우발적인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써 국방 분야 소통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핫라인 등 모호한 합의 사항을 내놨다. 반면 이번에는 '관리형 휴전' 체제를 강화했다. 완전한 탈동조화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치 합의 등 미·중 무역 관리 체제를 구축했다.

셋째, 이번 회담은 이전들과는 달리 의제가 매우 제한적이고 거래 중심적인 분위기였으며, 단기적인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무역 개혁, 안보, 글로벌 거버넌스와 같은 광범위한 구조적 문제들을 다루었던 이전 회담들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넷째, 안보보다 '경제 우선주의'가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과 항공기 수입 확대 등 트럼프 요구를 수용했고, 미국은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 검토 등으로 화답했다. 정상회의 이틀 전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대표단으로 전격 포함시켰고, 정상회의 당일 미 상무부는 중국에 대한 엔비디아 H200 수출을 승인했다. 황 CEO를 미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기 위해 예정에 없던 알래스카에 중간 기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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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비교하면, 올해 정상회담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대칭적 협상에 가까웠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중국의 협상력이 더욱 강화된 모습도 읽을 수 있었다. 이란 전쟁의 실책과 미 대법원 관세 위헌 결정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힘이 빠졌다. 이런 가운데서 시 주석은 희토류, 핵심 광물, 제조업 공급망에서 여전히 강한 지렛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식 일방적인 압박이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중간선거에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그가 중간선거일인 11월3일을 앞둔 9월24일 시 주석을 미국으로 국빈 초청한 것은 정치적 이미지 관리의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중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미국보다는 중국이 정상회의 형식과 의제 결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 대해 중국은 만족하는 것 같다. 국제 사회는 이번 회담에서 이란 사태 해결에 대한 중국의 강한 약속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주장했지만, 이와 달리 실제 중국은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전쟁 관련 언급을 줄이면서 중국은 대만 문제를 이전보다 명확히 했을 뿐이다.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합의를 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경제 충격을 줄이고 향후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적 안정화를 달성한 셈이다.


그동안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해양에 비유하곤 했다.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두 전임 대통령들에게 '광대한 태평양 공동 관리'를 언급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미·중의 글로벌 리더십을 '국가라는 거대한 배'라는 수사적 표현을 언급했다. "미·중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조종해 '미·중 관계' 안정을 주도하자"는 제안을 하면서다. 이는 지난해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 이어 또다시 미국 측에 각인시킨 내용이다. 한편으로, 이번 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엔비디아로도 볼 수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이 정상외교 차원으로 격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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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단순한 수출통제가 아니라 기업 이해관계까지 포함한 '패키지 협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중국 입장에서도 엔비디아 칩은 인공지능(AI) 생태계의 병목이기 때문에, 기술자립을 위해 그동안 불허했던 외국산 반도체 조치를 해제할 수도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우리나라에 '외교적 운신 공간 확대'와, 동시에 '경제·안보 리스크 관리'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양측이 원만하게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한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다. 반도체·배터리·AI 등 첨단 공급망 규제가 완화되면 한국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은 또다시 '강경모드'로 전환될 수 있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통제는 일부 완화됐지만, 최근 미국 의회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법(MATCH Act)을 발의했다. 또한 중국의 내수 회복과 기업 경쟁력 강화는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우리나라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준다. 우리나라는 미·중 균형 외교, 공급망 다변화, 확장억제 신뢰성 강화 등 전략적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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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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