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택배 거래 횡행
현행법상 처벌 규정 부재
반려동물만 택배거래 금지
최근 이색 반려동물을 기르는 문화가 보편화됐지만, 상당수 애완동물은 여전히 택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파충류와 햄스터 등은 화물처럼 운송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꼼수 영업이다.
20일 포털사이트에 햄스터와 파충류, 조류 분양을 검색하자 영업 중인 온라인 애완동물 분양업체 수십곳이 나타났다. 이 중 한 파충류 분양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구매 버튼을 누르자 배송 방법으로 방문 수령과 고속버스 화물 택배, 퀵서비스 중 한 가지를 택하라는 선택지가 떴다. 조류 분양 업체도 동일한 방식으로 배송 선택지를 제공했다.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다수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최근 들어 일부 택배회사가 살아있는 동물 배송을 거부하고 나서자 우회 경로를 마련한 것이다. 고속버스 택배의 경우 판매업체가 터미널에 직접 방문해 수화물을 부치면 소비자가 당일 동물을 수령할 수 있다.
한 업체는 "일반 택배로 동물을 배송하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할 수 있다"며 "고속버스 택배는 동물을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어 추천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속버스 화물칸에 실린 동물은 시속 100㎞로 달리는 차 안에서 소음과 진동에 장시간 노출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위로 배송 도중 폐사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실제로 한 업체의 이용 후기 게시판에는 "소라게를 고속버스 택배로 배송받았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움직임이 없었다"며 "배송 이틀째에 폐사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배송 과정에서 동물이 폐사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택배 거래를 제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고양이와 강아지 등 반려동물 6종에 한해서만 법이 정한 동물 운송업자를 통해 배송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동물판매업자 가운데서도 오직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업체만 이 같은 배송 규정이 적용된다. 즉 파충류와 조류는 반려동물이 아닌 탓에 판매업자가 일반 화물처럼 택배로 운송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영업자 준수 사항은 반려동물에 한정되는 내용"이라며 "정식 허가를 받은 동물운송업자를 통해 동물을 배송해야 한다는 규정도 반려동물 업체에 한정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반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택배 거래를 방지하고자 한차례 금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생동물에 대한 택배 운송 금지 대책을 담은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택배 배송 도중 동물이 폐사할 경우 판매업자에게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고의를 가지고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방치를 할 경우 동물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고온이나 추위로 동물이 폐사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택배를 배송했다는 것 역시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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