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파업' 예고, 독해진 삼성노조…2024년 파업 과정 비교해보니
5000명 불과했던 2024년 파업
과반 노조 확보, 더욱 강경 태세
반도체 호조에 생산 차질 후폭풍 우려
"밀리면 끝난다" 노사 갈등 최고조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2024년 첫 파업 당시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에는 상징적 의미가 강한 '연차 투쟁' 성격이 짙었지만, 이번에는 강성으로 돌아선 과반 노조가 파업을 주도하면서 그 후폭풍이 한층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엔 진짜 다르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강경 일변도에 등 돌리는 조합원…한 달 새 4000명 이탈
삼성전자 노조가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2024년부터다. 그해 5월29일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였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임금 교섭 실패를 이유로 사상 첫 파업을 선언했다. 창사 이래 50년 이상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파업이 추진된 것은 2023년 무렵 노조 조합원 수가 급격히 불어난 영향이었다. 파업 당시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5000명의 25%가량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 실제 파업 참여자는 5000명 수준에 그쳐 전체 노조원의 15%에 불과했다. 전삼노는 반도체를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조합원을 주축으로 꾸려졌고, 사내 최대 노조였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단일 노조가 파업을 이끌면서 전체 직원을 대표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는 노조의 투쟁 수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노조 집행부의 내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집행부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제대로 화난 것 보여드리겠다"는 등 회사를 겨냥한 격앙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노조가 본래의 협상 목적을 벗어나 강경 투쟁 그 자체에 매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조 안팎에서는 집행부가 대화와 교섭보다 세 과시와 실력 행사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합리적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보다 강경 발언과 집단 행동으로 회사를 몰아붙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노사 관계 자체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노조 집행부의 투쟁 노선이 과격해지자 정작 일반 조합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앞서 DX(디바이스경험) 소속 조합원 중심의 동행노조가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한 데 이어, 초기업노조에서도 한 달 새 약 4000명이 무더기로 탈퇴했다. 강경 노선에 부담을 느낀 조합원들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결국 DS 부문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차 투쟁'에서 '실전 파업'으로
2024년 파업은 창사 이후 첫 파업이라는 상징성이 컸던 만큼 연차 사용이나 특정일 집중 집회 형태가 주를 이뤘다. 임금 손실 부담을 느낀 조합원들이 점차 이탈하면서 파업은 25일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조가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생산라인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하루 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를 볼모로 삼는 듯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통과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부담이 낮아진 점도 강경 투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커지는 후폭풍 우려
파업 시기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2024년에는 반도체 업황이 다운턴을 막 벗어나던 회복기였던 만큼 파업의 실질적 충격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현재는 AI 서버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이 맞물린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우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도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주문량을 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세 공정 라인에 병목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 재계와 외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 파업이 강행될 경우 생산 차질과 대외 신뢰도 하락, 고객사 이탈 등 직간접 손실이 최대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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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파업 때와 달리 반도체 업황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국민적 어젠다가 돼 버렸고 스케일이 더 커졌다"며 "과거부터 쌓여왔던 문제이기 때문에 사측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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