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악플이 투영하는 한국사회 비혼 인식
타인의 삶에 관한 존중…더 좋은 세상의 첫걸음
사회 현실이 된 비혼, 이젠 공존의 시대로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비혼시대]박보검·아이유부터 장혜영·김규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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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검이나 아이유가 만약 청혼한다면 비혼에 관한 생각은 달라질까. 도발적인 물음과 함께 시작한 [비혼시대] 기획은 일반인의 인식을 투영했다. 선망에 그리는 유명 연예인이 자기에게 청혼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물음을 던진 이유는 비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색안경을 깨뜨리는 첫걸음을 내딛기 위함이다. 비혼에 관한 생각은 변동 불변의 확고한 인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

비혼을 선언한 이가 훗날 결혼에 이른다고 해도 그 선택을 존중하면 어떨까. 삶의 선택은 결국 각자의 판단에 달린 것이기에….


‘못 바꾸는 것은 프로야구밖에 없다’는 두 번째 [비혼시대] 기획도 그런 맥락을 반영한 내용이다. 프로야구 팬들은 한 번 선택한 '최애(가장 좋아하는) 팀'을 평생 유지한다는데, 비혼도 그럴까에 관한 의문을 담았다.

[비혼시대] 기획을 지난해 12월부터 구상해서 올해 3월 첫 편을 내보내기까지 많은 준비 과정이 있었다. 이번 기획은 구상부터 마무리까지 반년 이상에 걸친 고민의 결과물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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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은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된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비혼을 남의 얘기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 수많은 비혼인이 있는 데도, 비혼은 특별한 사람이 선택하는 그런 결정으로 바라본다. 남녀가 나이를 먹으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손주를 보고 생을 마감하는 과정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20~30대는 물론이고, 40대 이후에도 결혼하지 않았거나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결혼을 경험하지 않았거나, 할 생각을 접은 이들.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은 정말 출산율 저하의 주범일까.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이들일까. 어쩌면 그런 인식도 우리 사회의 색안경을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비혼시대] 기획을 20회까지 이어가면서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봤다. 비혼을 막연한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도록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 지도 생각해봤다. 그래서 더욱 비혼인이 겪는 현실의 고민과 아픔에 천착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를 만났다.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중년 남성, 충분히 준비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젊은 비혼 여성, 동성 배우자가 있는 사회적(법적) 비혼인 그리고 비혼 출산 문제에 관한 지원을 고민하는 국회의원까지. 비혼 전문가부터 일반인,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의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비혼에 관한 우리 사회의 오해와 벽이 무엇인지도, 넘기 어려운 과제가 무엇인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생동성 연애 / 사진=MBC 제공

생동성 연애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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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 기획은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다. 그 발걸음이 이어져 공존의 세상을 위한 토양이 비옥해진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비혼시대] 기획에 관한 대중의 평가, 그것에 담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들여다봤다. 아프고, 안타깝고 때로는 억울하고 어쩌면 뼈를 때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 의견들.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자 다음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애를 만들어야 할 시국에 잘하는 짓이다!"([비혼시대]7회, 결혼하지 않을 직원도 축의금·경조휴가)


"국가가 존재하려면 국민이 있어야 하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데, 결혼하고 자녀 있는 사람 더 주자고 해야지."([비혼시대]12회, 기혼vs 비혼 사내복지 2000만원 격차)


"여성 인권만 생각하고 태어날 애들 생각 안 해?"([비혼시대]19회, 장혜영 의원 '비혼출산 지원법' 인터뷰)


인터뷰_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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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80%가 결혼하지 않은 시대, [비혼시대]를 다루는 기획을 연재하는 동안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 창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극소수의 선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비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악플이었다. 악플을 잘 읽어보면 우리 사회가 비혼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들이 그대로 읽힌다.


"결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지. 말은 똑바로 하자". [비혼시대] 시리즈 첫 글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기사에서 언급된 "'비자발적 비혼'을 선택한 이에 대해 무능력한 인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형적 사례이기도 하다. "결혼은 사치재다", "디카프리오 같은 사람이 하는 것이 비혼"이라며 동조하는 댓글도 줄줄이 달린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결혼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보는 최근 시각과는 결이 맞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비혼 직원에게 축의금이나 경조휴가를 주는 최근 트렌드를 기사화한 7회와 12회에도 '기업이 비혼을 장려하는 것이냐'며 우려하는 댓글들이 잔뜩 달렸다.


"저출산 대책에 역행하는 기업", "나중에 애 안 낳고도 출산휴가 쓰자고 하겠다", "비혼들이 제일 잘 사는데 이상한 짓을 한다", "비혼자와 딩크족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비혼자들은 매체 노출을 꺼렸는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그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저출산'은 개인의 선택인 결혼과 출산을 국가의 미래와 연관 짓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비혼시대]박보검·아이유부터 장혜영·김규진까지 원본보기 아이콘

'비혼 출산'을 다룬 3회, 17회, 19회 기사에 대한 관심도 컸다. '비혼출산 지원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인터뷰 기사에는 "애들이 장난감이냐", "아빠도 없이 자랄 아이는 뭔 죄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율이 60%가 넘는다'는 내용이 담긴 17회 기사에는 "프랑스 사회가 좋은가, 가정은 해체되고 문화는 뒷걸음치고 사회질서는 무너지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미 비혼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13회와 18회는 비혼인들의 부동산·재테크 커뮤니티를 다뤘다.


"지금 30살 제일 건강할 때니까 가능해 보이지, 한 명이라도 아파봐라 '엄마' 소리 나올 것", "진짜 가족도 같이 살기 힘든데 취미 같은 사람들끼리 잠시 위안은 되겠지만 그뿐"…. 어김없이 악플이 달렸다.


40대 중년 비혼을 다룬 14회에도 "주위 비혼자들 보면 대부분 술로 외로움을 달래면서 살아간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보라. 생각이 바뀐다"는 댓글이 달렸다. 비혼인들에 관한 편견의 그늘은 생각보다 깊고 짙었다.


언젠가 비혼을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는 시각. 타인의 미래를 쉽게 예단하고, 규정 짓는 모습은 아닐까.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낯설어지는 사회는 모두에게 불행하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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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현실이고, 우리가 경험할 미래는 악플로 막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에….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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