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시대]비혼주의자, '테슬라' 아닌 '삼성전자' 사야 하는 이유
(16)'나를 지켜줄 돈' 연금…비혼에겐 더 필수적
연금, 40년 장거리 마라톤
흔들림 적은 우량종목 사야 장기보유 가능
'빈곤, 질병, 고독, 무위.' 노인의 4고(四苦)다. 비혼이라면 기혼보다 더 격한 4고의 풍랑 속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도 커진다. 어려운 상황에서 기댈 배우자도 손을 내밀 자녀도 없는 '비빌 언덕 없는 소' 신세라서다.
올해 50세, 혼자 사는 김이준(익명)씨의 걱정도 단연 노후다. 젊었을 적에는 부양해야할 자식이 없어 걱정이 없었지만, 늙으니 나를 부양해줄 가족이 없으니 막막할 따름이다.
김씨는 "직장 다니면서 국민연금을 넣었지만 충분할까 싶다"며 "나이가 들면 병원비도 지금보다 많이 내고, 직장도 은퇴할 시기가 올 텐데 어떻게 감당할까 싶다"며 근심을 토로했다.
노후 걱정에 대한 불안은 젊은 비혼들도 마찬가지다. 비혼을 자기 삶의 형태로 선택한 이들의 경우에는 '선택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유튜브 채널 '연금박사'를 운영하는 이영주 연금박사상담센터 대표는 특히 비혼주의자라면 젊을 때부터 착실한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국민연연구원이 발표한 1인 노후 생활비는 124만원정도지만 말 그대로 최소 생활비"라며 "현재 기준으로 봐도 1인 기준 180만원~200만원은 있어야 원활한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가입된 국민연금이 내 노후를 책임져줄 것이란 믿음부터 걷어야 한다.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기엔 변수가 많다.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고 장담도 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윤택한 노후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1인당 국민연금 수령액은 평균 56만원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의무적으로 연금이 시작된다"며 "하지만 20·30은 지금보다 많은 금액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적연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적연금의 수익률이 공적연금을 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부터 연금을 준비하는 20·30은 공적연금보다는 사적연금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적연금이 비혼에게 더 매력적인 이유는 활용성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는 정해진 유족밖에 줄 수 없지만, 사적연금의 경우는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사적연금은) 내가 못 받아도, 나머지 잔액을 내가 주고 싶은 사람한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의 20% 정도를 연금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사적연금은 크게 세제 적격과 비적격으로 나뉜다. 세제 적격은 납입 시에 국가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연금저축과 개인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가 대표적이다. 연금펀드 역시 연금저축에 속한다. 두 번째 세제 비적격은 연간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은 없으나 일정 조건 충족 후 연금을 수령할 때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생명보험사에서 가입하는 연금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수익적인 측면, 세제지원적 측면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이 있어서 연말에 좀 세금 환급이 필요하다면 연금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연금 계좌를 통해서 연간 IRP를 하면 (연금저축과 IRP는 두 상품을 합쳐)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IRP는 9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꼭 900만원을 넣으라는 것이 아니라, 100만원만 내도 100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이 점을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한 달에 50만원 연금에 투자한다고 하면 25만원은 연금펀드를 하고 25만원은 연금보험을 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각각의 혜택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세제 혜택 말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다만 연금 투자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지금 좀 잘 나가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사서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것은 연금 상품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전기차 ETF, 수소차 ETF 이렇게 따라가는 것은 1, 2년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20, 30년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삼성전자를 추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흔들림이 적은 우량종목을 사야 그나마 장기보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40년을 해야 할 연금펀드 투자를 서너 달해보고 (주가 등락에) 지쳐버리는 실수를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연금펀드로 투자하는 사람 중에서는 ETF나 주식 가치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없다. 일반적인 펀드에 가입해서 40년간 바이 앤 홀드(Buy & Hold·매수 후 보유) 전략을 쓴다"고 강조했다.
목돈과 연금에 대한 구분도 필요하다. 연금은 '나를 지켜줄 돈'이지만, 부동산과 목돈은 '내가 지켜야 할 돈'이라는 게 이 대표의 연금투자 철학이다. 그는 "목돈에는 관리 비용이 따르는데 젊어서는 관리가 쉬울 것 같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판단력도 흐려지고, 컨트롤도 어려워진다"며 "비혼자처럼 대신 관리해주거나 조언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의 경우 관리 리스크가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연금은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일정 금액이 평생 나온다"며 "고민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가진 사회구성원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공적연금 제도 역시 이에 맞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비혼은 공적연금의 가족 보장에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공적연금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는 형편이다.
이 대표는 "현재 연금 구조는 기혼자 중심으로 돼 있다"며 "자식이 없거나 부모가 생존해있지 않은 비혼의 경우는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국가의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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