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시대]장혜영 "비혼출산, 저출생 대책 아닌 여성인권으로 봐야"
(19)장혜영 의원, '가족구성권 3법' 발의
"다양한 한부모 가정 존재, 차별 해소해야"
"대세는 1인 가구…정치권 변화 시간문제"
비혼여성에게 보조생식술을 지원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비혼출산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혼출산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부터 동성 연인에 이르기까지 비혼인들의 임신과 출산 소식은 관심의 대상이다.
2020년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비혼상태에서 정자공여로 출산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최근에는 동성 연인과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된 김규진씨가 임신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각각 일본과 벨기에 쪽에서 정자를 공여받았다. 한국에서는 비혼여성이 정자를 공여받아 임신·출산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이 법률혼·사실혼 부부에게만 보조생식술을 실시하도록 제한하고 있어서다.
장 의원은 비혼출산을 국가의 인구 정책적 측면이 아닌 가족구성권과 개인 여성의 재생산권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정상 가족'이라고 칭하는 형태의 가족 외에 다양한 모습이 사회에는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비혼에 대한 인식은 이미 굉장히 많이 변화했고, 그 변화에 따라서 정치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의 일문일답.
- 비혼출산지원법을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 아닌,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의미는 무엇인가.
▲임신 출산과 관련해 두 가지 관점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국가의 인구 정책적인 차원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산아제한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제는 저출생이 문제가 되니까 더 낳으라고 한다. 개개인의 삶이나 행복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인구 정책으로 낙태를 강요한다든지, 또는 장애인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장애인에 대해서 불임 수술을 강제한다든지, 국가가 인구를 통제할 때 벌어지는 인권 침해들이 있었다. 두 번째는 가족구성권과 여성의 재생산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인데, 비혼출산지원법은 이런 권리들을 더 보완하기 위해서 마련했다. 현재 비혼출산 관련 국가 지원의 근거는 '난임 부부'만을 대상으로 하게 되어 있다. 부부가 아닌 여성은 기본적으로 해당 사항이 없다. 비혼출산지원법은 그 부분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국가 관점에서 저출생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 여성의 관점에서 가족 구성권, 재생산 권리를 더 보완하겠다는 관점을 저는 갖고 있다.
-비혼출산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비혼출산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한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사회적으로 걱정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부모 가정을 줄여야 한다는 방식으로 가는 건 논의가 완전히 이상해지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미 다양한 한부모 가정들이 존재한다. 어떻게 실존하는 한부모 가족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게 훨씬 더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성 파트너가 있는 김규진씨가 벨기에 쪽에서 정자 공여를 받아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벨기에 쪽에서 정자 기증을 받는 방식으로 임신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먼저 임신할 수 있게 된 걸 축하드리고, 건강한 아이를 잘 낳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원한다면 그런 방식으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빨리 제도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혼여성 가정과 비혼출산을 통한 부모와 아이가 존재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혼출산지원법이 통과되면 보조생식술 대상을 부부(사실혼 포함)로 한정한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도 개선될 수 있나.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도 비혼출산이 불법은 아닌데 (모자보건법의) '난임 부부'라는 규정에 의거해 해석을 하고 있다. '누구든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개정되면 그 부분은 해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바뀌더라도 추후 정자를 기증받는 부분이라든지, 여전히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비혼출산은 물론, 비혼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은 냉담한 것 같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사회 조사들을 보면 비혼에 대한 국민 인식은 점점 나아지고 있고, 매우 포용적인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해당 조사에서 혼인, 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67.5%였다. 민법상 '혼외자' 용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75% 이상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주변에 다양한 가족들이 있다는 걸 이미 안다. 대세는 1인 가족이고, 그 1인 가족도 정말 혼자 살고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누군가랑 함께 살고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 시간문제라고 본다. 꼭 내가 제안한 형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앞으로 이 문제가 다뤄질 수밖에 없다.
-비혼출산지원법과 함께 '생활동반자법', '혼인평등법'을 '가족구성권 3법'으로 묶어서 동시에 발의했다.
▲각각의 법안들을 순차적으로 발의 할 수도 있었는데, 세 가지 법이 크게 공유하고 있는 가족구성권이라는 가치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족은 주어지는 것, 그리고 좋든 싫든 감당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그게 아니라 가족은 개인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세 가지 법안은 그 가치를 공유한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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