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여러 학문 분야를 비롯해 정치에서 은유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 왔는지 탐구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 대표 학자들의 이론 안에 들어 있는 은유적 사고와 표현들을 찾아 은유 도식에 맞춰 분석했다. 수사학 연구자 김유림 저자는 시, 산문과 같은 문학 텍스트와 동요, 동시, 가요, 케이팝(K-Pop)의 노랫말 그리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각종 예술작품에 들어있는 은유적 사고를 설명한다. 철학자 김용규 저자는 “은유가 중요하다는 말씀은 알겠는데요?도대체 그걸 어떻게 배울 수 있나요?”라는 독자 물음에 호응해 ‘은유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전한다.

[책 한 모금]은유는 세상을 어떻게 바꿨나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마누엘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천명했듯 ‘사물 자체Ding an sich’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니체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사물’을 그것이 ‘무엇’이라고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사실인즉 ‘동일하지 않은 것을 동일한 것으로’ 만드는 자의적이고 작위적인 행위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모든 언어적 표현은 A를 A라고 칭하는 것이 아니라, A를 B라고 표현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는 애초부터 동일률(A=A)과 모순율(A≠~A)이 이끌어가는 논리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은유적 사고(A=B)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 3권, 28~29쪽


플라톤은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는 태양의 비유를 통해 만물의 궁극적 근거가 선의 이데아라고 주장했는데, 그는 이 말을 “세계는 선의 이데아에 의해 선하고 아름다운 성과물로 창조되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으로써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다]”라고 가르친 기독교가 생기기 400여 년 전인 고대사회에서 ‘세상 만물과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신은 선하다’라는 생각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요컨대 플라톤은 태양의 비유를 통해 불운, 재앙, 질병, 죽음 등 모든 불가항력적 악한 세력에 대한 불안에 속절없이 노출되어 있던 당시 고대인들에게 더없는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을 던져주었던 것이다. - 3권, 43~44쪽

은유로 인문학을 분석하고자 하는 우리의 이야기와 연관해,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중세 신학자들이 왜 그리스 형이상학이 낳은 관념적 은유인 ‘자연의 사다리’ 개념을 히브리 종교의 구원의 길인 ‘야곱의 사다리’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했는가 하는 것이다. 단지 그 둘이 지닌 유사성, 곧 지상에서 천상으로 연결된 사다리라는 점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중세 가톨릭 신학자들에게는 다른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오직 신의 은총에 의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구원의 길(야곱의 사다리) 외에 인간의 지성에 의해 땅에서 하늘에 이르는 구원의 길(자연의 사다리)을 새로이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동적인 구원의 길 외에 능동적인 구원의 길을 찾았던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자연의 사다리는 인간의 이성과 노력으로도 구원에 이르고자 염원했던 중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문적 은유다. - 3권, 56~57쪽

AD

은유가 바꾸는 세상 |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354쪽 | 1만9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