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 국가들처럼 비혼 동거를 제도적으로 포용하고, 자녀를 출산한 비혼 동거인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해 비혼 출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은 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인구정책으로서 비혼 출산' 주제로 제2회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혼 출산율(41.9%) 대비 크게 낮은 국내 비혼 출산율(2.9%)을 끌어올릴 방안을 논의했다.

김종훈 한미연 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우리 사회는 비혼 출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가족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했다.


"비혼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비혼 출산' 제도적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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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영철 서강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비혼 출산과 비혼 동거가 '오픈마인드'의 유산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구도 1970년대까지 우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한국 사회 역시 제도적 지원 여부에 따라 향후 30~40년 안에 변화할 여지가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비혼 출산 활성화를 위해 자녀를 출산한 비혼 동거인들에게 의료보험·재산 등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동반가정 등록제(가칭)' 정책을 제안했다. 동거인에 대한 ▲국민의료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가족복지서비스 적용 ▲병원에서 수술동의서 등을 작성할 때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 ▲각자의 재산을 관리 및 처분할 수 있는 별산제 ▲부모 합의 하에 자녀 성(姓) 선택 ▲동거인의 가족과는 친인척관계 미형성 등이 골자다. 한국 실정상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동거' 단어 대신 '동반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태어난 아이 중심의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혼, 기혼 여부를 떠나 태어난 아이 중심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혼 출산을 제도로서가 아닌 관계로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도 "부모 중심에서 아이 중심으로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 그동안은 '애 낳으면 돈 준다'는 식으로 인구 정책이 진행돼 왔고, 그렇지 않은 가구에 출산 정책을 한다는 게 금기시돼 왔다"며 "국가가 아이에게 해줄 수 없으면 민간에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도록 상속세도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구정책으로 비혼 출산을 바라보기 이전에, 비혼 출산을 자율적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태어난 생명은 결혼한 커플에게서 태어난 생명과 마찬가지로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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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비혼 동거 커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제도 변화가 선행된다면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7~8년 전만 해도 동거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거나 공개하는 게 어려웠던 사회적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변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도 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제도가 물꼬를 터 준다면 국민들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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