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가해자는 상고했는데…검찰은 왜 포기했을까
대법원이 판례 변경해야 검찰 상고 길 열려
'정인이 학대사건'도 판례 변경 요청 기각
지난해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강간하기 위해 무차별 폭행을 가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가해 남성이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당초 검찰이 항소심에서 구형했던 징역 35년보다 대폭 줄어든 판단임에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이유는 법리상 검찰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어서다. 현행법은 10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원심판결에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는 최근 청원24 홈페이지에 피해자가 직접 상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을 통해 "가해자는 양형부당(상고)이 가능한데 왜 검찰은 양형부당으로 (상고)하지 못하나"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한 게 아니었나. 바뀐 죄(강간살인미수)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야기하지도 못하나"고 말했다.
A씨는 "언제까지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나"며 "왜 저만 이렇게 지름길이 없는 거친 길을 걸어야 하나. 평등한 재판을 받는 게 왜 이리 어렵나"고 토로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해 남성 B씨는 당초 지난해 10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만 적용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입었던 청바지에서 B씨 DNA가 검출되면서 2심은 강간살인 미수로 공소장 내용이 변경됐다.
공소장이 변경됐지만 피해자는 검찰을 통해 상고할 수 없다. 이는 1966년 2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우 양형 부당을 이유로 원심판결에 상고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 피고인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사건 가해자인 B씨는 징역 20년형에 불복해 감형을 노려볼 수 있지만, 피해자 A씨는 가해자 형량이 가벼우니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을 통해 양형 부당 상고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피해자가 상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이에 검찰은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도록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과거 판례를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인용하면서 옛 판단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 법원종합청사에서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A씨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2020년 많은 시민을 공분케 한 16개월 아동 정인이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항소심에서 양모 C씨에 대한 감형이 이뤄지자, 검찰은 판례 변경을 요청하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결국 C씨는 항소심에서 받은 징역 35년형을 확정받게 됐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이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 이유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이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 이유는 해석상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주장할 수 있다는 종래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그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설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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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법원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승 연구위원은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처럼 검사가 징역 35년을 구형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정도 수준의 선고가 나온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도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게 피해자 목소리를 담는,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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