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문제를 극단의 상황까지 몰고 가고 있다. 재무부가 긴급조치를 동원해 한도 초과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억누른 상태지만, 의회와 정부가 이를 정치 쟁점화하면서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 금고가 고갈되는 시점인 '엑스(X)-데이'가 6월 초로 당초보다 앞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익숙한 악재'라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이 상정한 부채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한 법안이 26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이 상정한 법안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217 대 반대 215로 가결됐다. 하지만 법안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날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대치 전선이 고조될 전망이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부채한도를 1조5000억달러 상향하거나 내년 3월31일까지 연장하되, 그 조건으로 연방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으로 줄이고 예산 증가를 연 1%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케빈 매카시 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상원에 이 법안을 승인하거나 자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날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부채한도 상향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매카시 의장과 기꺼이 만날 것이지만 부채한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아니다"며 "그것은 협상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하원에서 가결된 법안이 상원에서 "죽었다(dead on arrival)"며 "전 세계 시장과 경제를 뒤흔들 미국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위험하게 더 가까워지게 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그동안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해왔으나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 한도는 조건 없이 상향하고 정부 지출 조정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현재 부채한도는 31조3810억달러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1월 부채한도 상향 없이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시점은 6월 초가 한계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일각에서는 올해 3∼4분기에 보유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상황이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시장과 일부 전문가들은 부채한도는 '터지지 않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과도한 우려를 삼가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 정부가 향후 몇 달간 부채한도 관련 법안으로 인해 기술적인 디폴트에 직면할 확률은 2∼3%에 불과하고, 디폴트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모닝스타 컨퍼런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해 채권을 보유한 사람들이 일정 기간 돈을 받지 못할 확률은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향후 10년간 2% 미만일 것이 확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D

뉴욕타임스(NYT)도 "디폴트 위기는 어차피 다 겪어봐서 아는 익숙한 악재이고, 세금이나 정부 지출 등을 둘러싼 당파 간 싸움도 결국은 막판에 해결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