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UAE 잇따라 이란 비공개 공습…아랍국가들 공세 전환 이유[시사쇼]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 공격
이란 전략적 오판에 돌아선 아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과 비밀리에 공조해 이란을 수차례 공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온 아랍 국가들이 전면적인 대이란 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중동 내부에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아랍연맹 전체를 끌어들이는 '5차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앙숙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 공격한 사우디·UAE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비공개 공습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이 두 아랍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구도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왔고, 이스라엘과는 역사적으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이 이스라엘과 공동 군사 작전을 펼쳤다는 것은 중동 지정학 구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UAE의 경우,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미 대이란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OPEC 탈퇴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이란 중심의 역내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공습 참여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두 나라는 또한 이라크 내 친이란 군벌 세력에 대한 공격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군사 행동이 단순한 보복 공습 차원을 넘어,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 전체를 겨냥한 전략적 개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 아랍 국가들이 중립을 포기하고 공세로 전환한 배경에는 누적된 피해가 자리하고 있다.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드론의 60% 이상이 UAE를 향해 날아든 것으로 집계됐다. 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가 밀집해 있는 탓에 다른 아랍 국가들보다 훨씬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중 봉쇄하면서 UAE의 석유 수출길이 완전히 막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홍해를 통한 우회 수출로가 존재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UAE는 대체 수출 통로조차 없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드론 공격으로 인한 인명·시설 피해와 석유 수출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동시에 누적되면서 UAE는 '앞뒤 가릴 때가 아니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결국 미국에 영공 제공과 군사기지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했으며, 이번 이스라엘과의 공동 작전도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전략적 오판에 적으로 돌아선 아랍국가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도중 왜 사우디와 UAE까지 공격했는지에 대해서도 전략적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 하나만으로는 미국을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어렵다는 이란의 판단이다.
미국은 자체 산유국인 데다,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석유 수요 급증으로 미국산 원유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장기화의 경제적 여파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만큼 여유를 보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반면 중동 산유국들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생존의 문제다. 이란은 사우디와 UAE를 집중 공격해 이들 국가가 미국을 향해 '빨리 종전 협상을 하라'고 압박하도록 유도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두 나라가 '차라리 이란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극단적 판단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란이 아랍 주요국들의 인내심을 과소평가한 '전략적 오판'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이란 내부에서 기존 신정(神政) 체제를 이끌던 최고 지도자 중심의 성직자 집단이 약화되고, 혁명수비대 주도의 군부 강경 세력이 실권을 장악한 것이다.
이란의 성직자들은 아랍 전역에 걸쳐 광범위한 종교적·외교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동 국가들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 네트워크가 비공식 중재 채널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실권을 쥔 혁명수비대는 이러한 전통적 관계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수 군사 집단이다. 이들은 외교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아랍 국가들의 동조 가능성마저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원들이 최근 쿠웨이트 국경을 침범해 교전이 벌어지고 일부 대원들이 체포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금까지 중립을 지켜온 쿠웨이트마저 분노하면서, 아랍연맹 내 다른 국가들도 사우디·UAE 편에 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5차 중동전쟁 우려하는 국제사회…미국의 지원 압박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사우디와 UAE의 참전이 아랍연맹 전체의 대이란 전선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랍연맹의 맹주인 두 나라가 전면에 나서면, 다른 회원국들에도 동참 압력이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결합되면 이란은 사실상 전방위적 포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미국 역시 현재 종전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해방 프로젝트'로 불리는 대규모 호르무즈 상선 탈출 작전을 재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전이 실행될 경우 미국은 동맹국들에도 단계적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안규백 국방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 작전에 대한 '단계적 기여' 요구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면전이 재개되면 미국은 동맹국들에 무기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파병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동에 집중된 미군 전력이 증강될수록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는 미군의 안보 공백 우려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미국이 '해방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면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은 피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에너지 수입의 핵심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에, 봉쇄 장기화는 국내 에너지 수급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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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직접적 군사 개입은 이란, 나아가 중동 전체와의 외교 관계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한국은 그동안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경제·외교적 실익을 쌓아왔으며, 이 관계를 갑작스럽게 재편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동맹 의무와 중동과의 관계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유럽, 일본 등 다른 미국 동맹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중동 사태의 전개에 따라 단계별 시나리오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동의 불씨가 한반도 안보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까지의 시간적 여유가 생각보다 짧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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