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러시아 원유 공급차질 가능성…유가 변동성↑"

해외경제포커스 "中 경제 따라 변동성 확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최근 국제유가는 수요둔화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가 교차하면서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으나 향후 러시아 원유공급 상황과 중국경제 재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6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주요 수급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향후 원유 시장은 경제적 변수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변동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와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요증가 기대가 혼재하면서 8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그러나 춘절 이후 중국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 원유의 공급차질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면서 향후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3월부터 일일 생산량의 5% 수준인 50만 배럴을 감축하는 원유 감산 계획을 지난 10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가격상한제 등 서방의 제재조치 이후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공급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수출이 금지된 유럽연합(EU) 대신 중국, 인도 등 대체 수출처를 확보하면서 전체 1월 중 수출은 오히려 전월보다 30만 배럴 증가했다.

그러나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박세준 차장은 "향후 러시아의 공급여건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하는 평가도 존재한다"며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BP, Shell 등 글로벌 석유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데다 서방의 제재조치로 최신 장비와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도 향후 러시아 공급차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러시아의 원유공급 상황은 운송선 확충 여부, 석유제품 제재조치 시행 영향 등과 관련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5일 석유제품 제재조치 이후 가솔린 등을 운송하는 유조선의 화물운임이 400%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또 러시아의 감산 소식에도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기존 감산 규모를 유지하며 러시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도 향후 글로벌 원유공급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중국경제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바탕으로 중국의 원유수요 전망치를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항공여행 등 이동성 지표가 강한 반등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여행수요 확대 등으로 글로벌 항공연료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요의 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중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민간 정유회사를 중심으로 2020년 4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산업활동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낮은 가계소비 여력, 부동산 시장 부진 등 리오프닝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구체적인 회복양상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팬데믹 회복과정에서 펜트업 수요로 소비가 크게 증가했던 주요국의 경우와 달리 중국의 경우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박 차장은 "유가는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 원유공급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유가 안정에 기여했으나 최근 감산 발표 이후 유가상한제 등 제재조치로 인한 공급차질 요인이 다시 부각될 우려가 있다"며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하겠으나 향후 중국경제의 구체적인 회복양상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변화하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