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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따라한 日 '쿨재팬' 10년만 고사위기…손실액 1조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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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재팬 지원펀드 10년간 계속 적자
아베정권 때부터 시작, 현지화정책 실패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한국의 한류 성공을 벤치마킹해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쿨재팬(Cool Japan)' 정책이 실적 부진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 '쿨(cool)'한 일본의 매력을 알리자며 10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누적 적자만 우리 돈으로 1조원을 넘어서면서 일본 내에서도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쿨재팬을 지원하는 민관합작펀드의 누적적자가 1066억엔(1조310억원)에 이른다며 쿨재팬 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고 보도했다.

쿨재팬은 2012년 12월 2차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하면서 추진했던 정책이다. 한류처럼 일본의 애니메이션, 음식, 관광 등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다. 아베 전 총리는 첫 시정연설에서 "쿨재팬을 세계에 자랑하는 비즈니스로 만들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쿨코리아'라는 말은 대중적으로 쓰이지 않지만, 일본 언론은 쿨재팬의 모티브가 쿨코리아에 있다고 말한다. 1990년대 한국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 한류를 이끄는 과정을 일컫는 단어다. 닛케이는 쿨코리아를 언급하며 “한국에서는 영화, 드라마 등 배우들의 인기를 통해 패션과 화장품을 진출시키고, 마지막에는 국가 이미지 제고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NHK의 일본 문화 소개 프로그램인 '쿨재팬(Cool Japan)' 방송 로고[이미지출처= NHK]

NHK의 일본 문화 소개 프로그램인 '쿨재팬(Cool Japan)' 방송 로고[이미지출처=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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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지 못한 실적…연이은 투자 실패

일본 정부는 국가가 107억엔(1034억원), 민간 기업이 309억엔(2988억원)을 출자해 쿨재팬을 지원하는 펀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펀드 실적이 심상치 않다. 일본의 한 온라인 경제 매체는 지난해 11월 기준 56개 안건에 총 1309억엔(1조2660억원)을 투자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이세탄 더 재팬 스토어’다. 2016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일본 백화점 이세탄을 출점한 것이다. 펀드에서 9억7000만엔(93억8000만원),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 현지 자회사가 10억1000만엔(97억6800만원)을 출자해 문을 열었으나 적자만 확대됐고, 개업한 지 1년 반 만에 펀드는 모든 주식을 팔고 현지에서 철수했다. 닛케이는 "현지 물가와 크게 동떨어진 가격 책정, 상품 구색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매각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출자 액수의 절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일본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할리우드에 진출할 영화를 만들겠다며 영화기획과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민관펀드를 조성하고 7편의 영화 개발을 계획했으나 현재 단 한 편조차 나오지 않고 매년 적자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여름 “성과가 오르지 않으면 통폐합을 검토하겠다”고 통보했으며, 도쿄신문에 따르면 쿨재팬 관련 기구의 회의는 지난해 9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다만 쿨재팬 펀드는 “기구에서는 성과가 오르지 않을 때 대응 방침으로 다른 기관과의 통합과 폐지를 검토하게 되어있으나, 현시점에서 통폐합 계획은 없다. 일본 생활문화의 매력을 살린 해외 수요 개척에 착실히 임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지난해 7월 가와사키 겐이치 쿨재팬 펀드 CEO가 '일본?대만 스타트업 서밋'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출처=쿨 재팬 공식 트위터)

지난해 7월 가와사키 겐이치 쿨재팬 펀드 CEO가 '일본?대만 스타트업 서밋'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출처=쿨 재팬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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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서도 '왜 한류와 다른가' 반성

일본 언론은 쿨재팬의 실패 원인으로 '정책의 모호함', '일본에 대한 자만심' 등을 꼽았다. 닛케이는 “쿨재팬 펀드 투자처에는 일관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문화 산업뿐만 아니라 식자재 개발, 일본 제품의 해외 유통 등에 신경을 쓰며 성격이 모호해졌다”며 “한국은 영화와 음악을 전파해 배우와 아이돌을 알리고, 이를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마지막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정교한 작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과 한국에서는 지금 있는 것들로 세계 공략이 어렵다는 겸손함이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유능한 지도자를 초청해 인재를 꾸리는 등에 집중했었다”며 “일본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일본은 이미 대단한 것이 있다’는 의식이 있다. 일본을 내세우면 소비자가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닛케이 사설에서는 “영화 사업의 경우 한국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영화 학교 개설을 통한 인재 육성과 영화 데이터베이스 정비 등을 통해 성공했다”며 “한국은 배우나 아이돌의 국제적 인기를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는 등 분야를 횡단한 연계에도 능숙하다”며 문화 사업을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교류 자체가 중단됐기 때문에, 아직 판단은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키하라 이즈루 동경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는 도쿄신문에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어 한류만큼 미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등 변화도 있었다”며 “다만 정책의 구조가 지금 이 상태로 좋은지 검증은 필요하다. 아베 정권에서는 전략적으로 정책을 추진했으나, 현재 기시다 정권에서는 이를 추진할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쿨 재팬 펀드 지원사업으로 열리는 일본술 팝업 스토어 포스터.(사진출처=쿨재팬 공식 트위터)

쿨 재팬 펀드 지원사업으로 열리는 일본술 팝업 스토어 포스터.(사진출처=쿨재팬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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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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